(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엔 눈에 띄는 대북 메시지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15일 발표한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그동안 수차례 강조해왔던 북한의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 모델'이란 용어가 새로 등장하긴 했지만, 메시지 자체는 다분히 원칙적·원론적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북한이 최근 한미연합 군사훈련 계획을 두고 "엄청난 안보위기" 운운하며 위협해온 사실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의 최근 담화를 보면 도발을 시사하는 대목이 있다"며 "우리 측에서 일방적인 대북협력·협조에 대한 제안이 나오면 북한 입장에선 '우릴 놀리냐'고 생각해 더 반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에 문 대통령도 '원칙'에 입각해, 기본의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제안을 다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신의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구상과 관련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협이 결코 일시적이지 않다는 게 분명해진 지금 그 중요성은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며 "협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동아시아 생명공동체의 일원인 북한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는 코로나19와 같은 초국경적 보건 안보위기 발생시 다자 차원의 대응을 모색하는 '포괄적 안보' 구상으로서 문 대통령이 작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처음 추장한 것이다.
협력체 대상국엔 대상국은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몽골 등이 포함된다.
우리 정부는 작년 12월 북한을 제외한 참가 대상국 외교·보건 당국자들과의 화상 실무회의를 통해 협력체 출범을 선언했고, 올 3·5월에도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이 협력체를 통해 Δ방역·보건 관련 정보공유와 Δ의료방역 물품 공동비축 Δ코로나19 대응 인력 공동훈련 등의 사업이 논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정부의 직·간접적인 참여 촉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협력체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북한은 작년 1월 말 '중국발 코로나19 유입을 막겠다'며 Δ북중 접경지를 통한 주민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Δ중국·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 및 국제열차 운행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는 올 6월29일 주재한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을 발생시켰다"면서 책임 간부들을 질책,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커지기도 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주민들 중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도 일정 시점이 지난 뒤엔 코로나19 백신 등을 외부로부터 지원받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당초 올 5월까지 코로나19 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확보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 개발 백신 199만여회분 중 170만여회분을 제공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백신 수급난과 북한 측의 '준비 부족' 때문에 백신 공급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AZ가 아닌 제약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원한다"는 분석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 독일 통일 과정에서 보편주의·다원주의·공존공영을 추구하는 '독일모델'이 만들어졌다며 "비록 통일엔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라도 남북이 공존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통해 동북아시아 전체의 번영에 기여하는 '한반도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공고히 제도화하는 것이야말로 남북 모두에게 큰 이익이 된다"며 "대한민국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떨쳐내고 사실상의 섬나라에서 벗어나 대륙으로 연결될 때 누릴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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