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북핵 대표인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차관이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마르굴로프 차관은 24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2021.8.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의 북핵 협상 담당인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이 21일 전격 방한한 가운데 최근 '북중러 3각 구도' 속 북한을 '두둔'하는 러시아가 한미와 북핵을 논의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르굴로프 차관은 이번 5박6일간의 방한 일정 중 24일에는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진다. 또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도 만나 미러 북핵 협의 일정도 소화한다.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북한 문제를 두고 중국과 함께 '쌍궤병진'(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동시진행)과 '쌍중단'(북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입장을 견지해 왔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제재를 위한 제재는 있어서는 안된다'며 추가 대북제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이와 함께 최근 들어서는 '가역 조항'(제재 완화 또는 해제 뒤 북한이 불이행 시 복원)을 가동해야 한다고 중국과 한 목소리를 내며 북한의 '외교 대리전'을 자처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 18일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안드레이 데니소프 베이징 주재 러시아 대사를 만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대북제재 가역 조항 가동에 공감하며, 미국이 북한과 대화 재개를 원한다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해야 한다고 했다. 북미 대화 교착 국면의 책임을 미국 측에 전가하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보는 지난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 고착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을 한미일 구도 속 '약한 고리'라고 판단해 '흔들기'를 이어나갈 것이라는 관측은 아직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일련의 상황 속에 마르굴로프 차관의 이번 방한을 두고 '뜻밖이다'라는 일각의 평가도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에서 고유의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러시아 외교만의 특성에 주목했다.

러시아가 '북중러 협력'에 응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 독자 행보를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북한을 두둔하거나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이번처럼 한국을 직접 찾아 한미 외교 당국자들을 모두 만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웅현 고려대 융합대학원 교수는 "러시아는 미중관계가 험악해지는 것과 관련해 자신들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 사안도 마찬가지다. 북중관계가 최근 밀접해졌는데 러시아는 자신들의 '의자'(공간)를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 북중과의 밀착 등 동북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다"며 "미러 북핵 대표의 동시 방한은 흔한 일이 아니다. 러시아는 이번에 자신들도 일종의 지분이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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