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에 대한 군 당국의 수사가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국방부 검찰단은 7일 이 중사 사건 관련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피의자 25명 가운데 15명(구속 3명·불구속 12명, 사망자 1명 포함)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검찰단의 수사결과와 감찰관실의 이 사건 관련 감사결과에 따라 사건 피의자를 포함한 총 38명에 대해 징계·경고 등 문책조치를 취하고, 공군본부 인사참모부 등 5개 부서는 '기관경고' 조치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의자들 가운데 지난 3월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신고 당시 초동수사 부실 등 의혹이 제기된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 관계자들은 기소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공군 검찰의 지휘책임을 맡고 있는 공군본부 법무실 인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들에 대해 "관련자 진술과 당시 상황, 판례 등을 종합해 볼 때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설명했으나, 결과적으로 '셀프수사'의 한계만 보여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이 중사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날인 올 6월1일 서욱 장관 지시로 국방부 검찰단과 국방부조사본부, 감찰관실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단을 꾸려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공군 수사당국의 부실수사 등 의혹이 제기된 만큼 '공군 측에 이 사건 수사를 계속 맡겨둘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6월3일 이 중사 사건에 대해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며 "엄정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고, 이후 이성용 당시 공군참모총장이 사건 관련 책임을 지고 군복을 벗었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7월9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때까지 피의자 22명을 특정했고, 이 가운데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 가해자인 장모 중사와 성추행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이 중사를 회유·협박하는 등 '2차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노모 준위·노모 상사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단은 당시 사건 관계자 중 다른 4명도 불구속 기소했지만, 성추행 사건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공군 군사경찰 및 군검찰 관계자는 1명도 포함되지 않았던 상황. 그리고 다시 3개월이 지난 이날 검찰단은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 피의자 3명을 추가로 특정하고 다른 피의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도 초동수사에 관여한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 관계자들은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당시 근무한 제20전투비행단의 군사경찰은 가해자 장 중사가 성추행 이틀 뒤인 3월4일 이 중사에게 보낸 "하루 종일 죽어야겠단 생각이 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사과'로 인식하고 그를 구속 수사하지 않았다.
그리고 20비행단 군검사는 4월7일 군사경찰로부터 장 중사를 기소의견으로 넘겨받았으나, 이 중사가 5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가해자 조사를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단은 이들을 각각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입건했었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군 군사경찰의 초동수사가 잘 됐다고 보기 어렵다. 미진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면서도 "형사적으로 직무유기 혐의가 성립하려면 의식적으로 수사를 포기하거나 방임했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단 관계자는 20비행단 군검사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갖는 공군본부 법무실에 대해서도 "이 중사 사망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언제 어떤 시점에 뭘 했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했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육군과 해군의 경우 예하부대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내부 지침에 따라 보통검찰부가 고등검찰부에 해당 사실을 즉시 보고하고 있는 데 반해, 공군은 이런 체계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여서 공군본부 법무실장이나 고등검찰부장에게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한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려웠단 얘기다.
검찰단에 따르면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준장)이 '공식적으로' 이 중사 사건 관련 보고를 받은 건 그가 숨진 채 발견된 5월22일이 처음이다. 전 실장은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건 수사 초기였던 3월8일 20비행단 군사경찰에서 작성한 1쪽짜리 '참고보고'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땐 20비행단 법무실 관할 사건이란 이유로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검찰단 관계자는 "전 실장의 이 사건 지휘감독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예하부대에서 사건을 인지했을 때 보고하는 부분이 형해화된 걸 알면서도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면서도 "형사적으로 직무유기를 적용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검찰단은 이 같은 판단에서 20비행단 군검사, 그리고 전 실장 등 공군본부 법무실 책임자들을 기소하는 대신 징계만 의뢰한 상태다. 국방부는 앞서 이 중사 사건에 대한 공군본부 법무실의 직무유기 혐의 등에 관한 "독립적 수사를 보장하겠다"며 창군 이래 처음으로 '특임군검사'를 임명하기까지 했지만, 결과적으로 변죽만 울린 셈이 된 것이다.
일각에선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 가해자나 2차 가해자들이 국방부 검찰단의 이 사건 수사 개시 직후 일사천리로 구속된 것과 달리, 전 실장은 3차례나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나서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는 "검찰단이 처음부터 전 실장 수사에 부담을 느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 관계자들로부턴 "국방부 검찰단이 그나마 기소한 사건 관계자들 중에서도 성추행 가해자 등 혐의가 명확한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추후 재판과정에서 법적 책임을 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검찰단은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관계자 2명이 '공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한 공보활동에 이용할 목적으로 직권을 남용해 20비행단 부대원으로부 이 중사와의 통화 녹음 파일을 직권을 남용해 획득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파일은 아직까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앞서 이 중사 사건 관련 중간수사결과 발표 땐 박재민 차관을 통해 공개적으로 사과 입장을 밝혔으나, 이날 최종수사결과 발표는 보도자료 배포와 검찰단 관계자 등의 기자단 대상 배경 설명으로 갈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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