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리포트-폭등하는 환율, 얼마나 더 오를까 ③] 손발 묶인 항공사… 조선·車·가전 ‘당장은 호재’
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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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정보.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원/달러 1200원 찍고 연고점 경신… "11월까지 강세장 이어간다" ②'환테크'로 몰리는 개미… 달러ETF·달러RP 등 투자 방법은?
③요동치는 환율·국제유가… 韓 산업계 영향은
치솟는 환율과 유가에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업계는 비상등이 켜졌다. 유가가 항공유 가격까지 끌어올리며 항공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선·자동차·가전 등 수출 기업들은 환율 상승으로 당장 이익이 증가할 수 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변수가 있어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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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유 가격 132% 급등에 고정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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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원달러 환율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말 1100원 아래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올 10월 중순 1200원을 넘어서면서 1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0월 말엔 이보다 30원가량 떨어지며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 상승 압력은 여전히 남아 있다.
환율 급등에 가장 술렁이는 건 항공업계다. 항공사는 항공유와 항공기 임대료 등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해 환율 상승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항공사들은 유가가 낮을 때 미리 구매계약을 맺는 ‘헤지(위험회피)’를 통해 환율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20~30% 수준으로 환 헤지를 맺는 만큼 나머지는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56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343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유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항공업계로선 엎친데 덮친격이다. 국내 항공사의 고정비용 지출 가운데 유류비가 20∼30%를 차지한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올초 배럴당 56.71달러에서 10월 말 95.09달러로 급등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132%나 증가했다.
유류할증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가뜩이나 줄어든 수요가 더 위축될 수 있다. 환율·유가 부담을 줄이려면 결국 항공 수요가 늘어나야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위드코로나’는 항공업계에겐 뜬구름 잡는 얘기”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과 같은 운항 횟수와 수요로 돌아가려면 2년은 더 기다려야 해 부담을 떠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환율은 헤지 비중이 적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며 “유가 상승의 경우 유가할증료로 부담 전가를 해야 하는데 50~70%만 전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9월 소비자 물가는 유가 상승 영향으로 전년동월대비 2.5% 올랐다. 국내 유통기업들도 주요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섰다. 곡물 등 원재료 가격과 제품을 싣고 나르는 물류비가 늘어나면서다. 동원F&B는 참치캔 가격을 10% 올렸다. 오뚜기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농심은 6.8%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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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반도체 환율 변동성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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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와 반도체업계는 환율·유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정유업계는 원유 100%를 외화로 수입해 비용 부담이 커진다. 정유사들은 매출 원가의 50% 이상이 원유 구매비용이다. 다만 수출할 때도 외화로 결제하기 때문에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상승해도 가격이 오르기 전에 사들인 원유의 재고평가가치가 올라가 이익을 거둘 수 있다.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 등 가격을 계속 올리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유가가 급등하고 있지만 석유제품 수요가 뒷받침해주며 석유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며 “정유사의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가격)이 배럴당 8달러를 기록하고 있어 환율 변동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업계는 국내 생산 비중이 높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할 때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반도체사들은 원료·기초소재부터 핵심 장비를 수입해 이익 개선이 제한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자립도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도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수출은 물론 국내 거래에서도 달러로 결제하고 있어 부담을 어느 정도 떨쳐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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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多업종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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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비중이 높고 원자재 수입 비중이 적은 가전업계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가전업계는 해외법인 생산이 주를 이뤄 환율 상승으로 받는 영향도 적은 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외화부채와 외화자산의 당기순이익이 1744억원(법인세 효과 반영 전) 증가하는 효과를 보인다.
조전업계는 유가·환율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선사는 계약금액의 10~20%를 선수금으로 지급한다. 일부는 건조 과정에서 지급하고 선박 최종 인도 시 나머지 잔금을 모두 치른다. 수주계약 체결 때보다 인도 시기에 환율이 더 오르면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60%, 삼성중공업은 90% 가까이 환 헤지를 하고 있다.
유가 상승도 호재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국제유가 강세에 따라 채산성을 확보하면서 해양플랜트 발주에 나설 수 있다. 해양플랜트 사업은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일 경우 채산성이 확보된다.
자동차업계에도 환율 상승은 희소식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생산량 절반을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는 반기보고서에서 달러 가치가 5% 상승하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1108억원 증가한다고 봤다. 최근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빚어 환율 급등에 따른 실적 개선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자동차업계 역시 원자재 가격 인상은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