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디즈니+, 12일 국내 상륙… 넷플릭스와 ‘빅매치’ 벌인다
(2)한국 온다는 '디즈니플러스'… 망 사용료는 어떻게?   
(3)"한국은 너무 작다"… 디즈니 오자 해외 가는 '토종 OTT'
(4)"손흥민 경기, 3주 지나도 볼거냐"… OTT 영상 가치 낮추는 정부 정책 '뭇매'
(5)LG유플러스, 디즈니+ IPTV 독점 제휴… IPTV 사업 성장 지속

혁신 기업의 등장은 이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 사업들의 몰락을 수반한다. 연체료 없는 DVD 대여 사업을 내세운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당시 미국 시장을 독식하던 비디오·DVD 렌탈 업체 ‘블록버스터’가 순식간에 몰락한 것처럼 말이다. 
이번엔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위협받고 있다.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방식을 내세운 넷플릭스에 국내 제작사를 빼앗긴 토종 OTT는 좁은 시장을 두고 애플·디즈니와도 겨루게 됐다. 지금의 추세라면 10년 이내 모든 국내 OTT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가운데 왓챠·웨이브·티빙 등 국내 OTT가 정부에 SOS를 보냈다.  
오징어게임 편당 28억 투입됐는데… 정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1억'
사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목록. /사진제공=넷플릭스
디즈니의 진출에 앞서 토종 OTT의 자구책 마련이 한창인 가운데 정부 역시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마련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활성화 ▲OTT 특화 기술 개발 ▲제작 시설 설비 지원 ▲해외 진출 지원 ▲지속발전 기반 마련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논의 조차 이뤄지지 않았거나 시행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를 통해 확인됐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OTT에 편당 1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게임’에 편당 28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점을 감안하면 중대작 경쟁이 치열한 OTT분야에서 문체부의 지원 사업은 활용 가치가 약하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는 OTT에 대한 직접 지원이 아닌 제작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OTT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활성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외 방안들에 있어선 구체적인 시행계획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해외 진출 지원과 관련, 익명을 요구한 OTT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에 해외 진출 활로를 열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적인 대책에 대한 논의는 없다”며 “정부가 나서 해외 사업자와의 양해각서(MOU) 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부에 SOS 요청한 토종 OTT… "시장 다 내주고 도와줄거냐"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런 상황에서 국내 OTT업계 관계자들은 경쟁은 사업자의 몫이니, 기본적인 지원 정책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왓챠·웨이브·티빙으로 구성된 한국 OTT 협의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한국 OTT가 제대로 성장해 해외로 진출하고 국내 콘텐츠 산업에 지속 기여하도록 하려면 당장의 기본적인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며 "시장을 다 내주고 OTT 진흥법을 통과시킬 것이냐"라고 호소했다.  
OTT 협의회가 정부에 역으로 제시한 요구사항은 크게 세가지다. ▲OTT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OTT 자율등급제' 도입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한 공정경쟁 환경 마련 등이다. 

먼저 OTT에 '특수 유형 부가통신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법안이 통과되면 OTT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등, 정부가 약속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시행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OTT 자율등급제 도입의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비디오물을 영상물 등급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자율적으로 등급분류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자율 등급제 도입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현재 OTT가 영상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영상물등급위원회으로부터 상영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최근 영상물의 수가 급증하면서 이 과정이 완료되기까지 평균 3~4주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간 영상물의 가치 또한 크게 떨어져 금전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로부터 한 달 후 방영되는 손흥민 선수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누가 보겠냐"며 "영상이 물밀듯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인력으로 확인하는 비효율적 시스템 탓에 거액의 돈을 들여 콘텐츠를 사와도 제때 송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성토했다.

OTT 협의회는 부처 간 관할권 다툼으로 OTT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세 부처가 모두 OTT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일원화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정부 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부처 관할권 경쟁으로 인해 정작 개선되어야 규제가 한걸음조차 뗄 수 없는 상황이란 주장이다.

OTT 협의회는 "지원정책은 요원한데 갈 길 바쁜 한국 OTT 사업자의 발목을 잡으려는 모습에 OTT 업계는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며 "한국 OTT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소규제 및 육성진흥 정책의 조속한 이행을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