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 2021.11.14/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우리 팀 전체가 MVP다. 선수들은 정말 잘했는데 내 잘못이 컸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지난해 10월13일 플레이오프에서 1승3패로 두산 베어스에 밀려 탈락한 후 책임을 통감했다.

KT는 당시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접전을 펼쳤으나 경험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패인을 포스트시즌을 처음 치른 초보 감독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강팀 두산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고, 이로 많은 경험을 얻었다"며 훗날을 도모했다. 약속은 지켜졌다.


KT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4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시리즈 전적 4승을 만든 KT는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역사적인 통합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첫 포스트시즌의 실패는 좋은 팀과 좋은 감독이 되는 자양분이 됐다. 2021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KT는 두산을 다시 만나 1년 전과 다른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올해 KT를 투수 왕국으로 만든 이 감독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단기전에서 더 체계적이고 치밀한 마운드 운용을 계획했다. 포스트시즌 모의고사 같던 삼성 라이온즈와 1위 결정전에서 완벽한 계투로 1-0 승리를 거두며 큰 자신감도 얻었다.


이 감독은 냉철한 승부사가 돼 가을야구에 임했다. 서두르다 잘못된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경기를 망쳤던 지난해 기억을 잊지 않았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2주의 준비시간을 가지면서 이 감독은 '순리'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는 이상하게 나 스스로 서두르는 게 있었다. 올해는 최대한 순리대로 가려고 한다"며 지금까지 잘해준 선발 투수를 믿고 한국시리즈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팀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선발진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다. 경기도 이 감독의 계산대로 흘러갔다.

1차전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가 7⅔이닝 8탈삼진 1실점으로 좋은 출발을 했고, 2차전 소형준(6이닝 무실점)과 3차전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5⅔이닝 무실점), 4차전 배제성(5이닝 3실점)이 릴레이 호투를 펼쳤다.

KT는 선발 야구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첫 단추를 잘 끼웠고 이후 야수들의 공수 활약으로 두산을 격파했다.

이 감독은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선발 투수가 순간 흔들리며 위기에 몰린 적도 있으나 사령탑은 허둥대지 않고 믿음을 보였다.

선발 투수 교체 타이밍도 만점에 가까웠다. 쿠에바스와 데스파이네가 공을 더 던질 수 있었음에도 장타력이 뛰어난 김재환을 잡기 위해 조현우 카드를 꺼내 불을 껐다. 선발진만큼 강력한 불펜이 있었기에 이 감독의 마운드 운용은 막힘이 없었다.

3연승으로 우승을 눈앞에 뒀을 때도 “마지막 1승이 더 힘들 수 있다”는 말로 평정심을 유지, 선수들이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게 했다. 베테랑 박경수는 그런 이 감독에 대해 "정말 대단한 분이다. 기가 세면서도 인내심이 강하다"고 경의를 표했다.

이 감독은 '꼴찌 후보 1순위' KT의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을 꾸준하게 발전시켰다. 그리고 부임 3번째 시즌 만에 완벽한 경기력으로 정상까지 인도했다. 현역 시절 명투수로 활약했던 그가 이제 명장 반열에 올랐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