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1990년대생들과 약속을 잡으면 지인들끼리 한가지 다짐을 한다. 80년대 초반생인 우리는 '라떼는 말이야'를 하지 말자고 미리 합의한다.
'라떼는 말이야'는 '나 때는 말이야'라는 기성세대의 표현을 풍자한 것이다. 내가 사회생활 초년병일 때, 선배·상사에게 일을 배울 때, 처음으로 회식에 참석했을 때 같은 옛 시절을 소환해 요즘 친구들은 왜 그러느냐고 훈수하는 세태를 꼬집은 표현이다.
여기에는 꼰대를 경계하는 젊은 세대의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이 원칙인 것처럼 강조하고 나아가 "따르라"며 강요하는 선배·상사를 의미하는 '꼰대'는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한다는 조롱과 비판을 모두 받고 있다.
'라떼'를 자제하고 또 자제하자는 다짐은 그러나 90년생들을 앞에 두면 무너지게 된다.
요컨대 '라떼'를 쓰지 않고선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 대화와 소통의 기본 요건이 '내 얘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도 자신의 얘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내 얘기를 하지 않은 채 업무 관련 발언만 하거나 '질문'만 던질 경우 90년대생들과의 술자리는 자칫 회의실 또는 면접장 분위기가 될 수 있다.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라떼'는 소통의 출발이자 의지로 해석될 수 있다.
문제는 라떼를 발설한 후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다. 소통과 조언의 일환으로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권위적인 자세로 발전된다면 상대는 지칠 수밖에 없다. 배울 방법이 아닌 피할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더라도 요즘에는 그러한 게 현실이고 시대 변화이다.
그렇다면 선배·상사의 훈수는 무조건 잘못된 것일까. 이쯤에서 살펴봤으면 하는 대목이 있다. 멘토 노릇을 하는 선배·상사까지 '라떼 분위기'에 편승해 꼰대로 취급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최근 '낀 세대 보고서'란 기획을 취재하면서 새삼 알게 됐다. 팀 내 고참인 취재원들 가운데 후배들의 문제점을 발견해도 지적하지 않는 경우가 적잖았다. '꼰대 프레임'에 부담을 느껴 무관심을 선택한 것이다. 이 경우 팀은 물론 조직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1955~2011)의 스탠퍼드대 명연설은 여전히 많은 이에게 감동을 준다.
이 연설의 상당 부분은 '라떼'로 채워져 있다. 어린 시절과 대학생 시절, 창업 실패와 성공 등 경험담을 토대로 연설하던 잡스는 말미에 '갈망하라, 우직하게'라는 명언을 남긴다.
그러나 잡스는 왜 꼰대가 아닌 멘토로 평가받고 있을까. 조직 내 꼰대로 악명을 떨치는 상사와 '라떼'라면 질색부터 하는 사람 모두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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