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술 등을 제공하고 진술을 회유했다는 이른바 '검찰청 연어 술 파티' 주장과 관련해 1심 재판부는 20일 '거짓'이라고 보고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4월 쌍방울 대북송금 조작기소 의혹 사건 청문회 당시 이 전 부지사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

지난 2년여간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서 검찰 조작기소의 주요 근거로 삼은 이른바 '검찰청 연어 술 파티' 주장과 관련해 1심에서 '거짓'이라고 보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징역 4개월이 선고됐다. 지난 열흘간 진행된 역대 최장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다수는 "박상용 검사가 검찰청사 내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술을 제공하고 진술을 회유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연어 술 파티' 주장은 '거짓'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는 20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를 받은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열흘간 진행된 국민참여재판 끝에 배심원단은 위증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 전 부지사가 소주 등을 주며 검찰이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 2년 2개월 만에 '거짓'이라는 판단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2024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사 탄핵소추 사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2023년 6월 18일 또는 30일 수원지검 1313호 영상녹화실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연어회와 소주 등을 먹으며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입을 맞추는 '진술 세미나'를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1313호 안팎에 있었던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 박상용 검사(수사 검사), 쌍방울 직원, 교도관 2명,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이었던) 설주완 변호사 등 7명 모두가 일치되게 '술 반입은 없었다'고 진술한다"고 반박했다.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연어 술 파티' 의혹 검증을 위해 지난 4월 9일 경기 수원지검을 현장 방문한 가운데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에서 세 번째)와 특위 위원들이 '쌍방울 직원이 소주를 사서 생수병에 넣었다'는 주장을 재연하기 위해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와 생수병에 담아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이에 재판부와 배심원들은 직접 술파티 장소로 지목된 수원지검 영상녹화실을 현장 검증하기도 했다. 교도관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 측 주장대로 술파티를 벌이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공간인지 배심원들이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열흘간 이어진 이 전 부지사 측과 검찰의 열띤 공방을 지켜본 배심원단 7명 가운데 4명은 "술 제공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선 배심원 6명이 징역 4개월, 1명은 징역 6개월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존중한다. 피고인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신빙성이 없어 유죄로 판단한다"며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이 이 전 부지사 측의 요구로 이른바 '쪼개기' 방식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의견을 존중해 피고인이 김성태에게 후원금을 부탁하고 더 나아가 쪼개기 후원에 관여했다는 점은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배심원단 7명이 만장일치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검찰의 '쪼개기 기소' 관행엔 제동

한편 이 전 부지사가 과거 경기도 대북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무진의 반대 의혹을 묵살하고 대북 묘목 및 밀가루 지원 사업을 부당하게 강행했다는 의혹(직권남용)에 대해서는 재판부 직권으로 공소를 기각했다.

배심원단 7명 중 5명은 직권남용에 대해 공소권 남용이 아니라고 평결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직권으로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검사가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1심 일부 유죄)을 기소할 당시 이 전 부지사와의 공범 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없음에도 공소장에 공모 관계를 기재했다"며 "모든 국민은 자신의 형사 사건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한 후에야 비로소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공소 제기가 되지 않은 타인의 사건에서 유죄 판단을 받게 하는 것은 검찰의 명백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시했다.

피고인이 정식으로 기소되기 전 타인의 재판에 공범으로 묶여 사실상 유죄 판단을 받게 하는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근본적으로 침해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는 검찰의 이른바 '쪼개기 기소' 관행을 공소권 남용으로 인정한 첫 사례로 꼽힌다. 별건 기소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검찰의 수사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열흘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1심 재판 결과


이 전 부지사 측은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들은 "이 전 부지사는 연어 술파티 날짜에 대해서만 기억이 불분명했을 뿐 연어 술파티에 대해 일관된 주장을 했다"며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위증 혐의와 무관하게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미 대법원에서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돼 수감 중인 상태다.

반면 선고 직후 박상용 검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로써 2년 3개월간 나라를 흔들었던 연어술파티 주장은 허위로 결론이 내려졌다"며 "배심원단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