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플라멩코신이 중요한 신인데 눈 속임으로 하면 느낌이 살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하긴 싫었고 하는 김에 '멋있었어'라는 소리도 듣고 싶었어요."
배우 심은진은 영화 '싸나희 순정'(감독 정병각)의 플라멩코신을 연습하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털어놨다. 영화에서 길지 않은 장면이었지만 심은진의 플라멩코신이 유독 빛나는 이유였다. 스스로 밝힌 솔직한 성격만큼이나 진실되게 연기하고자 하는 진심이 묻어나는 고백이었다.
심은진이 출연한 '싸나희 순정'은 도시의 고단한 삶에서 탈출해 마가리에 불시착한 시인 '유씨'(전석호 분)가 동화 작가를 꿈꾸는 엉뚱발랄한 농부 '원보'(박명훈 분)와 얼떨결에 동거를 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페이스북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연재된 류근 시인의 '주인집 아저씨'가 원작이다. 지난 11월25일 개봉했다.
심은진은 극 중 카페 사장 엠마 역을 맡아 활약했다. 과거 사랑에 대한 아픔이 있지만 영화 속 시골 마을인 마가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밝고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캐릭터다. 특히 플라멩코 춤을 추는 캐릭터인 만큼, 심은진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춤에 재도전했다. 처음 추는 플라멩코는 쉽지 않았지만, 한달반동안 연습에 매진해 근사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내년이면 햇수로 데뷔 25년차를 맞이하는 심은진이다. 지난 1998년 베이비복스 2집 앨범 '야야야'로 데뷔해 1세대 K팝 걸그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솔로 가수 및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해온 그였지만, "정말 순탄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잘 버텼다"는 고백을 전했다. 최근에는 MBC 드라마 '나쁜 사랑'을 통해 만난 배우 전승빈과 결혼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심은진을 만나 그간의 연예 활동, '싸나희 순정' 촬영 비화와 결혼 소감에 대해 들어봤다.
<【N인터뷰】①에 이어>
-햇수로 데뷔 25년차를 앞두고 있다.
▶실감은 솔직히 못한다. 정말 숫자가 몸으로 실감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정말 잘 버텼다' 그 생각이 든다. 너무 힘든 일이 많았고, 연예계 생활이 마냥 순탄하지 않았다. 데뷔하고 의상부터 논란도 많았고 요정 소리도 못들었다.(웃음) 예능만 해도 순탄하지 않았다. 대한해협을 건너지 않나, 서커스를 하질 않나, 정말 순탄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잘 버텼다.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 정말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이제는 이게 내 직업이고 인생이고 팔자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베이비복스는 지금의 K팝의 토대가 돼준 아이돌 1세대 그룹이자 한류 1세대로 평가받는다.
▶물론 그런 자부심은 있다. 가요로 우리나라를 처음 알렸던 세대니까 자랑스럽다는 생각은 있지만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웃음) K팝이 너무 큰 시장으로 자리잡은 건 너무 좋다.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갈증은 없었나.
▶가수 생활을 8년 하고 나머지는 배우 생활을 했다. 배우로서 산 기간이 더 길어졌다. 다시 가수를 하고 싶었던 때도 분명 있었지만 이젠 모든 걸 다 열어놓고 있다. '내가 재밌는 걸 하면 되지' 한다. 이젠 데뷔 20년이 넘어가니까 남의 눈치 그만 보고 즐겨도 되지 않을까 한다.
-베이비복스 무대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도 많은데.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지만, 서로 다른 회사가 다 뭉쳐서 뭔가를 결정짓는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세세한 것부터 의견도 다 달라서 뭉치기가 어렵다. 20주년 때도 시도해봤는데, 결과적으로는 회사가 한마음으로 뭉치기가 어렵더라. 그렇다고 회사 때문에 저희의 의가 상하는 게 싫다. 그럴바엔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앨범 하나 내자고 회사와 싸우면서까지 피곤하고 싶진 않다. 그럴 바엔 더 나은 때를, 나중을 기약하자고 했다.
-당시엔 아이돌 출신이 배우를 하면 더 보수적인 시각으로 볼 때였다. 고충이 많았을 것 같다.
▶KBS 1TV 대하드라마 '대조영' 출연 당시 연기를 보여드리지도 않았는데 미스 캐스팅이라고 논란이 크게 불거졌었다. 그렇게 논란이 컸었는데 아직까지 '대조영'의 '금란'에서 못 벗어나고 있기도 하다.(웃음) '대조영' 만큼 시청률이 잘 나온 드라마를 만난 적이 없었고, 오랜 기간 재방송을 했었다. 인생 캐릭터를 첫 작품에서 만났다.
-당시 연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대조영' 출연 제안이 들어왔었다. 그때 당시 저는 솔로 2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이런 제안이 왔다고 했다. '대조영'에 들어가면 1년 반을 촬영을 해야 했다. 회사 입장에서도 1년 반 드라마를 찍고 계약이 끝날 수도 있던 시점이었는데 '아까운 캐릭터'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연기가 힘들어서 '이걸 내가 왜 하고 있는 거지'라고 의문을 가졌었다. 내 자신에게 만큼은 떳떳해지기 위해선 연기를 해내야 했다. 연기 선생님도 따로 없었어서 (최)수종이 오빠한테도 많이 물어봤고 (박)예진이한테도 많이 물어봤었다. 눈빛부터 호흡까지 현장에서 다 배웠다. 처음엔 욕을 많이 먹었지만 가수들은 눈치가 빠르다. 생방송 경험이 많아 기본적으로 센스가 장착돼 있어서 그때그때 잘 캐치해서 배웠다. 이후 '대조영'이 끝나고 두 작품이 연달아 제안이 들어왔고 그러면서 앨범과 점점 멀어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음반 내기엔 부담이 커졌다. 솔직히 아쉽지만 이제는 (앨범 발매를) 준비하기 정말 어렵게 됐다.
-배우로서 길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
▶SBS 아침드라마 '사랑이 오네오'라는 작품이 있다. 이전까지는 비슷한 캐릭터만 많이 들어왔었다. 커리어우먼, 회장님 딸, 팀장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런 역할만 많이 하다 보니 매번 연기를 쉽게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김지영 언니로부터 러브콜이 와서 이 작품을 하게 됐는데 당시 악역을 처음 제안받았었다. 그 작품 말고도 주말드라마 제안도 동시에 들어왔었는데 주말극은 이전과 캐릭터가 비슷했었고 아침드라마는 악역이었다. 그래서 악역에 도전해보자 했는데 제 기준에서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하는 캐릭터였다. 밑도 끝도 없는 악역이었던 거다. 처음으로 얘를 어떻게든 해보자 했는데 정말 심적으로 힘들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이 사람을 이해해야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 너무 힘들어서 살도 엄청 빠졌다. 이걸 다 끝내고 나니까 해냈다는 생각이 들더라. 정말 많이 성장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어떤 악역이 들어와도 무섭지 않겠더라.
-올해 초 결혼 소식을 전해 많은 축하를 받았다. 결혼 이후 변화는.
▶크게 변화됐다거나 생각의 변화는 없는데 마음이 안정됐다. 짝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외롭지 않다. 베스트 프렌드가 생긴 느낌이다. 언제든 전화하면 달려와줄 베스트 프렌드가 생겼다.(웃음) 마음도 차분해졌다. 같은 배우이다 보니까 연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점도 좋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것은.
▶액션이다. 저 총 잘 쏜다.(웃음) 킬러 이런 것들을 하고 싶다.
-내년 계획은.
▶올해 제 인생에 큰 일이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뭘 못했다. 너무 조용히 지나간 한해다. 인생에 큰일이 있었는데 너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 느낌이랄까. 올해는 그렇게 조용히 마무리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코로나19가 종식이 되면 내년부터는 좀 해외여행도 다니고 자유롭게 데이트도 하고 싶다. 연애 때도 데이트는 잘 못했다. 드라마 '나쁜 사랑'을 촬영하고 있으니까 걸리면 안 돼서 데이트도 집에서 했다. 그래서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활기차게 다니고 싶다. 일상적 회복만 돼도 더 바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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