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불허가 최종 결정되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야의 합병은 사실상 좌초된다. /사진=대우조선해양
글로벌 메가 조선사 탄생으로 주목받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최종 불허할 경우 산업은행은 바로 새 인수자 찾기에 착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다음달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불허하는 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EU는 그동안 두 회사가 합병하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돼 유럽 물류 업체들이 불리한 가격 조건으로 선박을 공급받게 될 것을 우려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독과점 해결책으로 조선소 일부 매각 등을 제시했으나 EU 측 반대 의견을 뒤집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합병을 최종 불허하면 양사의 빅딜은 무산된다. 현대중공업도 인수를 철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아쉬울 게 크게 없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EU 반독점 당국이 미승인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으로의 1조5000억원 증자 계획이 철회돼 여유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치를 조기에 달성했지만 2023년이 돼야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수주한 물량은 2~3년 뒤에나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조29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EU가 최종 불허를 결정하면 산업은행이 바로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 찾기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조선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2년 뒤 흑자전환이 예고된 만큼 2019년 현대중공업과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을 때보다 더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오히려 산은이 바라던 바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후보로는 포스코와 한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는 선박 제조에 사용되는 후판 등을 생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입장에서도 원자재 가격은 실적을 좌우할 변수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조선은 전방산업, 철강은 후방산업으로 큰 틀에서는 같은 계열의 사업"이라며 "수직적 사업결합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화, 효성 등은 방산업계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김현수 대한조선학회장은 "최근 매각된 한진중공업과 성동조선해양은 조선사업 비중이 크게 줄어들거나 다른 조선사의 협력사로 전락했다"며 "당장의 수익을 쫓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발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인수자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 파산시킨 후 현대중공업이 인수하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 EU의 승인이 불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에 7조원 넘게 자금이 수혈된 만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양사의 합병이 무산되면 국내 조선업체 간 저가 수주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현수 학회장은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면 저가수주 해 또 정부에게 돈을 빌리는 도돌이표가 된다"며 "저가 입찰에 대해서는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