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군 당국이 군내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다양한 조치들을 강구 중이다. 올 들어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데다 그 수사 및 대응과정을 놓고도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는 등 그야말로 군 당국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 당국이 군내 성폭력·성비위 사건에 대한 '일벌백계'를 천명하고 관련 대책들을 마련해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군 당국은 지난 수년간 군내 성폭력 사건 등에 대한 신고·상담체계와 관련 교육을 강화해왔음에도 정작 군내 성범죄 발생 건수엔 큰 변화가 없다는 데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이달 16일 펴낸 '군 인권 제도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이후 5년간 군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은 연간 800~1000여건에 이른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등 각 군에서 하루 2건 이상의 성범죄 사건이 꼬박꼬박 발생해왔단 얘기다.
특히 육해공군 및 국방부 검찰단의 강간·추행 등 성범죄 입건 수는 작년 기준 총 884건으로 5년 전인 2016년의 873건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추이를 봤을 땐 성범죄 입건 수가 2017년 1023건으로 급증한 뒤 2018년 913건, 2019년 907건 등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이를 두고 군내 성범죄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기엔 민망할 지경이다.
이처럼 군내 성범죄 사건이 크게 줄지 않는 주된 이유로는 "사건 발생시 군내 진상조사가 미흡할뿐더러 가해자에 대한 처벌 또한 미온적이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일례로 성범죄 피해자가 신고 뒤에도 가해자와의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거나 피해자 신상이 알려져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는 건 앞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에서도 확인됐던 사항이다.
이런 제도 운영상의 문제점들은 결과적으로 성범죄 피해자가 군내 정식 계통을 통한 피해 구제 절차를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 중사가 생전에 남긴 메모에도 "(성추행 사건이) 공론화되고 나서 느껴질 사람들의 시선, 비난 어린 말들을 들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난 8월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사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 여성 부사관 또한 자신의 피해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일각에선 "전과 달리 피해자들의 '적극적 신고' 때문에 군내 성범죄 입건 수가 늘어난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된다. 2016년 기준 평균 44.10%였던 군내 성범죄 기소율이 작년엔 39.26%로 감소한 데서 볼 수 있듯, "실제 재판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성범죄 사건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과거엔 군에서 더 많은 성범죄 사건과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신고나 처벌 없이 조용히 넘어갔을 수 있다"는 걸 방증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 8월 말 국회에서 '군사법원법'이 개정됨에 따라 내년 7월부턴 군내 성폭력범죄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군이 아닌 민간이 담당하게 된다. 군 스스로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및 사법기능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가운데 군 안팎에선 벌써부터 군이 아닌 민간이 군내 성폭력범죄에 대한 수사·재판을 담당하게 될 때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의 육군본부 정기감사 결과에서 나타났듯, 성범죄·성비위자에 대한 법적 처벌과 별개로 징계 등 행정적 조치가 미흡한 부분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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