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뉴스1) 이재상 기자 = 어느덧 한국 배구계를 대표하는 선수가 된 대세 '곰돌희' 김희진(31·IBK기업은행)이 팬들을 향한 진심을 전했다. 김연경이 빠진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미래를 책임질 기둥인 그는, 스스로도 성패를 궁금해하면서도 이내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근 경기도 용인 기흥에 자리한 IBK기업은행 훈련장에서 만난 김희진은 "한때 폭풍이 몰아치기도 했고, 김호철 감독님이 오시고 조금씩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어떻게 4라운드까지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기업은행은 2021-22시즌 개막 후 항명 사태 등으로 내홍을 겪었다. 그로 인해 사령탑도 바뀌었고 팀 성적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김호철 감독이 지난해 12월 지휘봉을 잡은 뒤에야 기업은행은 서서히 아픔을 털어내고 정상 궤도로 올라서고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 김희진은 더 단단해졌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강 진출을 견인한 김희진은 올림픽 이후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김희진은 '곰돌희'라는 애칭이 생길 정도로 팬들에게 친숙한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광주에서 열린 2021-22시즌 올스타 투표에서도 남녀부 통틀어 최다 득표의 주인공이 됐다. 자타공인, 배구계 '대세'다.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김희진은 모든 공을 팬들에게 돌렸다. 그는 "팀이 힘든 상황에 빠졌을 때도 팬들께서 힘내라는 응원 메시지를 정말 많이 보내주셨다"며 "어려운 순간마다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이 났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홈구장인 화성종합체육관은 김희진을 응원하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기 전부터 김희진을 포함한 기업은행 선수들을 응원하는 관중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김희진은 "경기 직전의 기분이 굉장히 중요한데, 항상 팬들 덕분에 한 번 더 웃게 된다"며 "몸 풀 때부터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 굉장히 고맙다"고 했다.
올스타 1위에 오르는 등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한 김희진은 그에 맞는 책임감도 나타냈다.
그는 "인기가 많았을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면서 "코트에서도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기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더 노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나뿐만 아니라 여자 배구의 인기가 많아졌으니 기대에 부응하는 재미있는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팬들과도 더 호흡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에서 코로나19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2011-12시즌 신생팀 우선 지명을 통해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김희진은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데뷔 때부터 멀티 플레이어로 뛰었던 김희진은 최근 두 시즌은 센터로 출전했고, 이번 2021-22시즌에는 처음으로 라이트 공격수로 고정돼 코트를 나서고 있다.
그는 "2015-16시즌 잠깐 라이트로 뛴 적은 있는데 이렇게 고정돼 풀 시즌을 소화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일단 외국인 선수들과 득점 차이가 얼마 안 났으면 좋겠다. 내가 외국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득점은 국내 선수 중 1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희진은 "내가 용병 역할 이상을 해줘야 우리 팀이 1승이라도 더 할 수 있다"고 책임감을 전한 뒤 "4라운드까지 목표한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생각했던 것처럼 됐다. 그래도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남은 두 라운드에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상대 공격수를 마킹하고, 속공 등을 하는 센터와 달리 라이트는 중요한 클러치 상황에서 해결을 해야한다는 부담도 있다.
김희진은 "내 공격 하나 때문에 동점이 되거나 진적도 있었다"고 입술을 깨문 뒤 "부담도 있지만 책임감도 크다. 중요한 공이 많이 올라오는데 어떻게든 책임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희진은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거쳐 지난해 도쿄 대회까지 3연속 올림픽 무대를 경험했다. 특히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는 무릎 수술을 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부상 투혼을 발휘해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는 "통증에 좀 무딘 편인데 도쿄에서는 정말 극심한 통증이 있었다"고 돌아본 뒤 "걷기 싫을 정도였다. 그런 아픔을 느끼고 나니 이후에 보강의 필요성을 더욱 깨달았다. 지금은 오히려 (무릎 상태가) 괜찮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김희진은 김연경이 은퇴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을 이끌어 가야할 새로운 리더로 꼽힌다.
그는 "연경 언니가 있으면 상대가 절대 무시 못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없으니 혹시 우리를 깔보는 것이 아닐지 걱정도 된다"면서도 "그래도 한국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있는데, 힘을 합쳐 이끌어 나갈 것이다. 연경 언니가 없는 대표팀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나도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미 3차례나 올림픽 무대를 누빈 김희진은 태극마크의 무게감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그는 "태극마크는 누구나 달고 싶어 하는 꿈"이라며 "개인적으로 배구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이 국가대표에 있을 때였다. 대한민국을 위해 뛴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희진은 팬들을 향한 진심을 전하며 새해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많이 이기고 수훈선수로 나갔다면 빨리 인사를 드렸을 텐데 너무 늦었다"며 "작년에 이래저래 힘들었지만 행복한 한 해였다.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준 것은 대표팀 동료뿐 아니라 팬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을 더 강하게 먹도록 만들어준 원동력은 팬들"이라면서 "올해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경기장에 많이 와주셔서 응원해 주셨으면 한다.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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