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인수식'에서 우리나라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쇼트트랙)인 김기훈 울산과학대 교수가 성화를 들고 달리고 있다. (평창조직위) 2017.10.31/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자타공인 세계최강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향한 기대감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한국 쇼트트랙의 선구자 김기훈(55) 울산과학대학교 교수는 젊은 선수들이 대회를 즐기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2월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한국은 쇼트트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쇼트트랙은 개막 다음날인 5일부터 열전에 돌입, 총 9개의 금메달을 놓고 펼쳐진다.

쇼트트랙은 한국의 동계올림픽 최대 효자 종목이다. 1992 알베르빌 대회부터 지난 2018 평창 대회까치 한국은 쇼트트랙에서만 총 24개의 금메달(은 13, 동 11)을 따냈다. 한국의 동계 올림픽 금메달(총 31개) 중 대부분이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앞서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선배들이 화려한 업적을 쌓아온 만큼 현역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더욱 크다. 설상가상으로 올림픽 직전까지 내홍 등을 겪는 악재까지 있었기에 선수들이 느끼는 책임감은 더욱 무겁다.

한국 쇼트트랙의 전설 김기훈 교수는 "예전에는 선수들이 앞선 선배들의 성적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선수들을 보면 우리 때만큼은 아닌 거 같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이기에 부담감은 있겠지만 스트레스를 잘 조절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어 "선수들은 올림픽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쇼트트랙 선수로서 국위 선양도 하고 선수들 개인의 영광도 얻을 수 있게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며 "격렬한 경기인 만큼 부상에 유의하며 건강하게 대회를 치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격려했다.


김기훈 교수는 한국을 넘어 세계 쇼트트랙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쇼트트랙이 올림픽 시범종목이었던 1988 캘거리 대회에서 금메달(1500m)을 따내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김기훈 교수는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김기훈 교수가 첫 금메달을 따냈지만 한국 쇼트트랙이 오늘날처럼 발전하게 될지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1988 캘거리 대회에 출전할 당시에 대해 김기훈 교수는 "메달을 딴다는 보장도 없었고 각 대회에 출전해 배워가는 단계였다. 외국 선수들의 영상 자료를 분석해서 한국 선수만의 기술로 만들어서 훈련했다. 캘거리 대회에서 한국 선수 만의 새로운 기술 등 고안한 것으로 메달을 따면서 희망을 봤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강릉 선수촌장을 맡았던 김기훈 교수. 2018.2.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김기훈 교수는 외다리 주법, 날 밀어넣기 등 각종 기술들을 만들어낸 선구자였다. 이런 기술들은 이후 쇼트트랙의 기본기가 됐다.
김기훈 교수는 "당시 한 스케이트장에서 유치원 아이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보는데 직선에서 오던 탄력을 받아 코너에서 한 발로 도는 모습을 봤다. 원심력에 의해 밖으로 밀려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연습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결승선을 앞두고 날을 밀어 넣는 동작은 큰 이슈가 됐다. 이에 대해 김기훈 교수는 "해야겠다고 해서 한 것은 아니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국인의 끈기였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나아가 김기훈 교수는 "내가 생각하고 했던 것을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에서 당연시되게 하니 뿌듯한 마음도 있다. 나를 선구자라고 하는 것은 감격적이기도 하다. 운동 선수로서 내가 했던 동작을 다른 선수가 따라 해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훈 교수는 다가오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 선수들을 향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에이스 최민정은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기량이 많이 올라오는 등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다. 남자 대표팀에서도 황대헌도 있다"며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고 세계적인 선수들이다. 몇 개의 금메달을 딸 것이라기보다 좋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기훈 교수는 "여러 일이 있기도 했지만 국민들은 쇼트트랙에 대한 사랑을 갖고 계시다. 멋진 경기를 펼쳐주고 경기 외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이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쇼트트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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