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쿼드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인도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에 따른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일본·호주와 함께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협력체 쿼드의 일원인 인도는 유엔 차원의 '러시아 철군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데다, 쿼드 정상회의에서도 '러시아를 규탄한다'는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는 데 반대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동맹 네트워크 구축'에서 인도가 역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3일 오후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역내 정세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 논의한 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4개국이 긴밀히 협의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인도 측의 반대로 '러시아 규탄'은 이 성명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특히 인도 영자지 '타임스오브인디아'(TOI)는 4일자에서 "이번 회의에서 쿼드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분명한 인식차를 드러냈다"며 "미국·일본·호주는 러시아를 비난했지만, 인도는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는 앞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지난달 25일) 및 유엔 긴급특별총회(이달 2일) 차원의 '대러 결의안' 표결 모두에서 중국·이란 등과 마찬가지로 기권했다.

이처럼 인도가 국제사회의 러시아 규탄·제재 행보에서 연이어 '미온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건 양국의 오랜 우호관계 때문이란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러시아의 S-400 대공미사일. <자료사진> © AFP=뉴스1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부터 인도와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맺어왔고, 요즘과 달리 중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땐 인도와 함께 중국을 견제하기도 했다.
특히 인도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2018년엔 한화로 6조원대 규모의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S-400 도입계약을 맺는 등 군사협력도 계속해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인도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두고는 인도 내부에서조차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TOI는 러시아에 대한 자국 정부의 "중립적" 태도가 "쿼드 정상회의에서 이상한(odd)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쿼드 국가들 중에서 오직 인도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인도의 러시아제 무기 구입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도가 바이든 정부의 역내 '동맹 네트워크 구축'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예견돼왔던 일이라고 전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오랜 세월 비동맹 노선을 걸어온 인도는 미국 입장에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할 수 없다"며 "미국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미국이 동맹국을 규합하거나 쿼드를 통해 뭔가 해보려고 할 때 인도 때문에 잘 안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미국이 동맹·우방국을 식별하는 데 상당한 도전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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