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앱결제강제방지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국내 OTT 업계도 줄줄이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구글이 인앱결제강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위법 여부가 드러나면 법적 조치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는 줄줄이 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때문에 방통위의 미숙함으로 이 같은 사달이 벌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은 최근 '인앱(In app·애플리케이션(앱) 내)결제'와 '인앱 내 3자결제'를 탑재하지 않은 앱은 4월부터 업데이트를 할 수 없고 6월부턴 삭제한다고 알렸다. 개발사들이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활용했던 아웃링크(앱 내에서 다른 결제수단을 제공하는 웹페이지로 연결) 외부 결제방식을 아예 금지한 셈이다.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취지가 개발자들의 수수료 부담 완화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완전히 거스르는 정책이다. 구글플레이 인앱결제 수수료는 최대 30%, 제3자결제는 최대 26% 수준이다. 제3자결제는 결제대행업체(PG)나 카드사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30% 이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인앱결제 방식을 유도한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앞으로 위법성을 따져 구글이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등 조치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인앱결제방지법은 다른 결제방식을 접근·사용하는 절차를 어렵거나 불편하게 해서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방통위, 구글 상대하기에 역부족?… "현실적 한계"
방송통신위원회가 시행령에 좀더 명확한 규정을 넣지 못해 구글에게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로이터
구글의 이 같은 결정은 국내 OTT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웨이브와 티빙은 구글 인앱결제 이용자에 한해 정기구독권 가격을 수수료 부담만큼 인상할 계획이다. 방통위의 미숙함을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통위는 시행령을 만들면서 '특정 결제방식 강제 등 금지행위 유형 및 기준 마련'을 넣었다. 하지만 세부 유형이 '접근·사용 절차를 어렵거나 불편하게 하는 행위' 등으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외부 웹 페이지 결제 링크를 차단하고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는 행위가 위법하다거나 인앱결제 강제는 불가하다는 등 내용을 시행령에 담지 못해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3자 결제 수수료가 최대 26%까지 가능해 인앱결제 수수료 30%와 차이가 없는 점을 규제하는 내용이 빠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방통위가 구글·애플 등과 소송을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구글과 애플에게 법 관련 이행 계획을 제출받아 시행령을 만들다 보니 소송을 제기할 만한 조항들은 제외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행령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방통위가 현실적으로 구글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방통위가 지난 2017년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제재한 유일한 글로벌 기업은 페이스북이지만 행정소송 1·2심에서 모두 졌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어떻게 규정을 해도 초법적인 영향력을 지닌 기업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국제 공조를 통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도 비슷한 형태로 법을 제정하고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게 대안이 될 것 같다"면서 "규제 일변도 가게 되면 다른 기업에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