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을 빼돌린 직원의 직급은 차장으로 6년동안 세차례에 걸쳐 600억원대의 회삿돈을 개인 계좌로 횡령하는 동안 이를 파악하지 못한 금융감독원과 회계법인, 우리은행을 두고 내부 감시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8일 은행권과 경찰에 따르면 우리은행에서 최근까지 기업개선부에서 일해온 차장급 직원 A씨는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에 걸쳐 회삿돈 600억원 가량을 횡령했다.
A씨가 횡령한 600억원대의 회삿돈은 과거 우리은행이 매각을 주관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자금의 일부다. 2010년 11월 옛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이 우리은행에 낸 계약금이다. 우리은행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당시 채권단 간사은행으로서 M&A(인수합병)을 주관한 바 있다.
A씨는 매각자금 일부를 우리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의 계좌에 유치하는 동시에 해당 통장과 도장을 모두 관리하면서 회삿돈을 횡령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엔텍합의 계약금 578억원에 이자까지 합하면 총 600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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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횡령한 회삿돈, 이란에 돌려줘야 하는데━
이번 횡령사건은 우리은행 내부감사 결과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는데 우리은행이 500억원을 엔텍합에 되돌려줘야 할 수도 있어 국외에서도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우리은행은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엔텍합에 매각하려 했을 당시 엔텍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매매대금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채권단은 엔텍합이 낸 계약금을 몰취했는데 이를 A씨가 우리은행이 아닌 다른 시중은행 별도 계좌에서 관리를 해오면서 이를 횡령한 것이다.
문제는 A씨가 횡령한 자금을 엔텍합에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엔텍합을 소유한 모하메드 다야니 가문은 지난 2015년 9월 국제연합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RTAL)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계약금과 이자를 반환해달라고 투자자·국가간 소송(ISD)를 제기했고 2018년 6월 다야니 측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청구금액 935억원 중 730억원을 다야니 측에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후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계약금을 반환하지 못하자 다야니 가문은 지난해 10월 2차 ISD 중재신청서를 제출했다.
A씨가 횡령한 회삿돈은 한국 정부가 이란에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 중 일부인 셈이다. 이란으로 배상금을 송금해야 하는 기한이 올 5월로 다가옴에 따라 해당 계좌를 파악했더니 계약금이 없어진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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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금감원 종합검사서 뭐했나━
신뢰를 생명으로 고객의 자금을 관리하는 시중은행에서 대규모 횡령이 발생했다는 점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금융권에선 6년동안 개인계좌로 600억원 이상을 빼돌린 직원을 방치한 회계법인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부정이나 회계 오류를 면밀히 잡아내야 할 회계법인이 면밀히 살펴보기만 했어도 횡령사 건을 조기에 포착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8년 12월까지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은 딜로이트안진이다. 우리금융이 2019년 1월 지주사 체제로 출범한 이후에는 삼일회계법인이 담당했다.
금융감독원의 책임론도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말부터 올 2월까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벌였는데 당시 감시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냐는 의문이 나온다. 종합검사 당시 이번 횡령 사실을 잡아내야 하지 않았냐는 비난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종합검사 등이 진행됐는 데도 6년동안 600억원대 횡령이 드러나지 않은 점은 이상하다"며 "다른 이의 공범 여부 등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8년 마지막 인출된 이후 계좌가 해지됐다"며 "2012년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등 당시 정황과 이후 관리상황 등 세부적인 내용은 자체 조사와 함께 수사기관의 수사를 의뢰한 상태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오는 29일 오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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