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태광그룹이 각각 롯데건설, 흥국생명을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 /사진=머니투데이
롯데그룹과 태광그룹이 계열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비상장 계열회사를 지원하기로 결정해 논란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계열사에서도 자금을 각출할 것으로 전망돼 해당 기업들의 주가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각 계열사 자체 결정이 아닌 총수등 그룹 최고 경영진의 일방적으로 결정된 것이란 얘기가 들려 해당 그룹의 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애를 태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롯데건설은 그룹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PF는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방식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5876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롯데건설이 진행하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 보유 지분(43.79%)에 따라 876억원을 오는 18일 출자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0일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빌려주는 내용의 계약을 맺기도 했다.


롯데건설 지원으로 롯데케미칼의 자금 압박 심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분기(7~9월) 영업손실 4239억원을 기록한 상황에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2조7000억원을 사용해야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21일 보고서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 실적 부진과 대규모 인수자금 지출이 겹치면서 롯데케미칼 재무안전성이 상당 수준 저하될 것"이라며 "계열사 지원 성격의 자금지출은 신용 하향압력을 가중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롯데정밀화학도 자금 운용 안전성 확보를 위해 지난 9일 롯데건설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 롯데정밀화학이 지난 9월 말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2976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9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회사로 유입되는 현금흐름을 고려해도 현금 여유가 부족해졌을 것이란 게 재계 시각이다. 미래 성장 동력인 투자에 사용할 돈이 롯데건설에 묶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건설 지원으로 재무부담이 가중된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주가는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대여하겠다고 공시한 다음 날인 지난달 21일 롯데케미칼 주가는 4.95% 떨어졌다. 롯데건설 유상증자 소식이 들린 다음 날인 지난달 19일에도 3.61% 하락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9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자금 조달 우려 등을 이유로 롯데케미칼 목표주가를 21만원에서 19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의 부채나 현금보유 등을 감안했을 때 롯데건설을 지원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주가 하락 역시 유상증자 참여, 자금 대여보다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태광그룹, 흥국생명 지원에 계열사 동원 계획… 주주 환원 적은데 총수 개인회사 돕나
사진은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빌딩 인근. /사진=뉴시스
태광그룹은 비상장 계열사인 흥국생명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흥국생명이 2017년 11월 발행한 5억달러(약 6826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 상환권(콜옵션)을 예정대로 시행하기 위해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자금 확보를 위해 시중은행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하고 태광그룹도 계열사를 동원해 흥국생명 자본확충을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개인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들이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흥국생명 최대주주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지분 56.3%)이다. 이 전 회장의 조카인 이원준씨(지분 14.65%)와 태광그룹 계열사 대한화섬(지분 10.43%)도 지분을 갖고 있다.

흥국생명 지원으로 태광그룹 계열사들의 주주 환원 정책이 더욱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태광그룹 계열사는 주주 환원 정책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주주 환원 정책에 사용될 재원이 흥국생명으로 흘러가면 배당 확대 등은 요원해질 것이란 시각이다. 지난해 태광그룹 핵심 상장 계열사인 태광산업의 배당성향은 연결 기준 0.46%, 대한화섬은 3.5%에 그쳤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각 계열사가 흥국생명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며 "흥국생명 지원으로 인한 상장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 주주 환원 정책 축소 등에 대한 대응책은 지원 방식이 정해진 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