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이 활짝 폈다. 지난해 12월 전 세계 최초로 미국 FDA를 뚫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개발됐고 국내에서도 잇따라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사진=이미지투데이
똥이 돈 되는 세상이 왔다. 스위스 제약사 페링이 개발한 리바이오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약의 원료는 건강한 사람의 분변이다.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기증받아 미생물 샘플을 추출하고 환자에게 관장을 통해 장내 세균을 보충시키는 방식이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제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부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를 합친 용어로 사람의 몸 속에 존재하는 수십 조 개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몸무게 70kg 성인을 기준으로 38조개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를 원활하게 돕고 콜레스테롤과 혈당 수치 조절, 뇌신경 전달물질 생성을 돕는다는 연구도 많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을 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전 세계 최초로 FDA를 뚫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리바이오타다. 리바이오타는 C.디피실 감염증의 예방적 치료에 활용된다. C.디피실은 심한 설사, 발열, 위 압통 또는 통증, 식욕부진, 메스꺼움 및 대장염(결장 염증)과 같은 쇠약 증상을 유발한다. 현재까지 항생제 투여로만 치료하고 있으나 재발이 잦아 치료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페링에 따르면 C.디피실 감염증 환자 26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시험에서 리바이오타 투약한 환자 70.6%가 8주 이내에 C.디피실 증상이 사라지면서 가짜약 투여군(57.5%)보다 높은 효과를 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시장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동안 프로바이오틱스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대표되던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치료제 등이 등장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2023년 2억6900만달러(3800억원)에서 2029년 13억7000만달러(1조7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의 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26일 CJ바이오사이언스가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치료제 CJRB-101의 임상 1·2상 시험계획서(IND)를 FDA에 제출했다. 이 임상은 키트루다와 병용요법을 통해 비소세포폐암 등 전이성 암환자에게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상반기 한국에서도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CJRB-101이 유럽식품안전국(EFSA)에 등재돼 인체 투여에 대한 안전성이 높고 기존 장내 미생물과는 달리 의약품 대량생산을 위한 공정개발이 진행돼 암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임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관계사 종근당바이오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위해 병원에 연구소를 차렸다. 종근당바이오는 연세대의료원과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인체 유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후보물질을 도출하기 위해 연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유한양행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에이투젠을 인수해고 LG화학은 지놈앤컴퍼니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후보물질(GEN-101)을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해 항암제로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