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3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장동규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과점체제를 깨고 완전경쟁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빅테크의 기관규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삼성과 현대차 등 금융복합기업집단처럼 빅테크를 금융 계열사를 묶어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감원·한국금융연구원·한국핀테크산업협회 공동 주최로 열린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진단 및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해 빅테크 금융그룹의 위험관리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원장은 빅테크 금융사의 영업 확대로 금융서비스의 편의성이 증대되는 한편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빅데이터의 활용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등 공익적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봤다. 이 원장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은 전통 금융회사의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확대에 따라 새로운 리스크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빅테크에 대한 기관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관규제는 자본요건,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 등 기존 금융회사(레거시 금융사)에 적용하는 규율까지 포함한다. 현재 전자금융업자나 전자금융 보조업자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을 적용받고 있으나 전금법은 전자금융거래 '행위'를 규제한다.

이 원장은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거래 확대로 자금흐름의 변동성이 커져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저해될 위험이 있다"며 "빅테크 그룹 내 정보기술(IT) 비금융회사와 금융회사 간 높은 상호연계성으로 빅테크의 운영리스크가 금융회사로 전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상품 추천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등이 발생할 경우 금융소비자의 효익을 침해할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 현황 및 성과 ▲빅테크 금융그룹의 금융시스템 내 중요도와 시스템 리스크 요인 ▲빅테크 금융그룹 규제에 관한 논의 및 향후 과제 등을 주제로 발표가 이뤄졌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빅테크 금융그룹의 금융시스템 내 중요도와 시스템 리스크 요인' 주제발표에서 "빅테크 플랫폼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금융·비금융 산업 간 높은 연계성을 통해 빅테크의 금융시스템 내 중요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시스템 리스크 관리를 위해 주요 빅테크 금융그룹을 금융복합그룹으로 지정해 건전성과 유동성 규제를 강화하고, 그룹차원의 내부통제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실장은 '빅테크 금융그룹 규제에 관한 논의 및 향후 과제' 주제발표에서 "단기적으로는 빅테크의 영업행위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금융회사의 업무위탁 규정 보완 등을 통한 제3자 리스크 관리 등 행위중심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금융복합기업집단법 적용 등 그룹 단위의 기관 규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