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가 23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년6개월만에 금리 인상을 멈추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로 벌어질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의 통화긴축 속도 차가 벌어지고 이는 원화 약세를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 금통위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3.50%) 동결을 결정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4월 이후 매 금통위 회의 시 기준금리를 인상해 오다가 이번에 동결한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한국 기준금리는 3.50%, 미국 기준금리는 4.50~4.75%로 한·미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로 유지됐다.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높은 물가 오름세를 감안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 연준이 한차례 더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과거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던 때는 2000년 5~10월로 금리 격차가 1.50%포인트에 이른 바 있는데 이같은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미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다. 올 6월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5.25~5.50%까지 올린 뒤 11월까지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앞으로도 한은이 동결을 지속할 경우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2.0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다만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해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최종금리를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가능성이 현실화 하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2.00%포인트까지 벌어지진 않지만 1.75%포인트까지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

연준은 연일 강한 통화긴축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연준은 22일(현지 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록에서"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는 징후가 있지만 더 많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 3월22일, 5월3일, 6월14일 FOMC에서 각각 0.25%포인트씩 총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올 3월 FOMC에서 또 한번의 빅스텝(0.5%포인트)을 밟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등은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도 내놓으면서 강한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미 연준이 3월 FOMC에서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치로 확대된다.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원화가치가 떨어져 원/달러 환율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통화 긴축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1304.9원에 마감, 이미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은 중요한 고려사항 중 하나지만 특정 수준에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며 "환율이 오르는 게 미국 통화정책에 의해서 전 세계적으로 같이 일어나는 상황으로 과거처럼 불안해하며 우리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총재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에는 적정 수준이란 개념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변동환율제도 하에서 (금리 격차의) 특정 적정수준은 없다"며 "기계적으로 몇%포인트(p)면 위험하거나 바람직하다는 것은 없다.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변동요인이 될 수 있으니 고려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킹달러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10월 미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통화스와프 체결하지 좋은 찬스였는데 못한 것이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며 "미국의 강한 통화긴축으로 시장금리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도 커 대출금리가 더 오르면 취약차주 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