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감독당국들이 지배구조 관련 법규 외에 세부 가이드라인를 마련한 점을 감안해 국내도 맞춤 모델을 통해 감독 실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금융감독원은 4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은행부문 주요 감독·검사 현안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검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그동안 다양한 노력에도 국내 은행의 지배구조가 글로벌 기준에 비춰 여전히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 미흡,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결여 등이 문제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제도적으로 살피는 금융위원회와 달리 금감원은 법규 등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지배구조 관련 감독에 대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평가해 은행이 고쳐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 등 기존 내용들이 형식적이라고 평가받는 부분이 많다"며 "감독에 더해 모범 관행, 즉 형식이 만들어지고 개선을 유도하면 공시 내용에도 실질적인 것이 포함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은행들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임원 자격요건(결격사유), 이사회 구성 및 권한, 이사회내 위원회 운영, 지배구조 내부규범 마련·공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공시 등을 형식적으로 준수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 지배구조를 2023~2024년 은행부문 중점 테마로 선정해 감독·검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우선 은행을 대상으로 상시감시와 현장검사를 수행해 지배구조의 적정성을 중점 점검한다.
상시감시는 이사회 구성·운영 현황을 보여주는 각종 서면자료를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점검해 취약 요인을 파악한다.
이사회 구조 및 구성·운영에 관한 문서, 경영승계절차에 관한 문서, 이사회 및 이사회내 위원회 의사록, 내부통제 부서의 이사회 보고문서, 외부감사인의 지배구조 관련 보고서, 내부 리스크 및 자본적정성 평가 보고서 등이 대상이다.
현장검사는 정기검사 또는 지배구조 관련 테마검사를 통해 지배구조가 실제 효과적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증한다.
정기검사시에는 경영실태평가 항목 중 경영관리 평가요소에 지배구조 관련사항을 확대하고 테마검사에서는 이사회의 전문성·독립성, 경영승계절차 운영의 적정성 등을 들여다본다.
특히 금감원은 은행 이사회와의 소통도 은행별로 최소 연 1회 이상 정례화할 방침이다. 은행 지배구조에 있어 주된 책임이 이사회에 있다고 보는 금감원은 정례적 소통을 통해 이사회의 역할 강화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이사회와의 소통은 고위급 간담회와 상시면담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사회와의 소통과 관련해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상·하반기에 나눠 실시해 지배구조 관련 금감원의 감독·검사 방향을 설명하고 은행권 지배구조 이슈나 기타 현안 등을 논의해 자율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은행 지배구조 관련 국제기준과 해외 은행 모범사례 등의 국내 은행권 확산도 유도할 방침이다. CEO 임기종료 전 조기 승계절차를 개시하고 이사회의 면밀한 검증 등을 거쳐 CEO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미국 씨티그룹이나 홍콩 HSBC 등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금감원은 이번 발표에서 지난 2021년 이후 은행과 선물 회사 등 국내 금융회사를 통한 수상한 외화 송금 규모가 총 총 122억6000만달러(약 16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이 72억2000만달러(9조4000억원), NH선물이 50억4000만달러(6조5800억원)다.
은행권에선 신한은행이 23억60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16억2000만달러), 하나은행(10억8000만달러), 국민은행(7억5000만달러), 농협은행(6억4000만달러), SC제일은행(3억2000만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이상 외화 거래 사건은 지난해 금감원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거액의 이상 외화 송금 거래 사실을 보고 받으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바 있다.
신생 무역 법인을 가장한 업체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을 국내 법인 또는 개인의 계좌를 거쳐 국내 신생 무역법인 계좌로 입금한 후 해당 법인은 다시 해외 법인으로 송금하는 구조다. 금감원은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환치기가 목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권에 대한 제재 절차도 본격화된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금융회사에 검사결과 조치예정내용을 사전 통지한 바 있다. 향후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이 부원장은 "검사결과에 따라 이미 13개 금융회사 중 9개사에 대한 사전 통지를 마친 상태"라며 "외환송금 건의 규모가 컸고 중요한 사안이라 관련 법인 외국환거래법이나 지배구조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은행법 등이 정한 데 따라 임직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최대한 엄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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