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10월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뉴욕경제클럽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 9월에 이어 이달에도 금리 동결을 이어갈 전망이다. 이에 한·미 금리 역전 차는 당분간 2%포인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이 5%대의 높은 정책금리를 장기간 유지했던 1990년대 중반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이달 1~2일(현지 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연준이 올 7월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끝으로 동결 기조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이번 FOMC 정례회의 통화정책 결과는 한국 시각으로 오는 2일 오전 3시 발표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번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5.25~5.50%로 동결할 가능성을 98.3%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선 연준의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어 다음 회의인 올 12월에 이어 내년 6월까지 금리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올 7월 돼서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9일(현지 시각) 뉴욕경제클럽 간담회에서 "불확실성과 리스크 요인들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 5월까지 10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이어왔다. 이어 지난 6월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7월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를 단행했다. 이후 9월에 다시 동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보다 내년 말에도 5%대 기준금리를 유지할 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
물가상승률 2% 수렴 시기 늦어지고 고금리 3년 이상 지속된 1990년대 중반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은 지난달 30일 한은 공식 블로그에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평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은 1990년대 중반(1995년3월~1998년11월, 6.00→4.75%)과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에서 인하로 전환했던 때를 ▲1990년2월~1992년9월(8.25→3.00%) ▲1995년3월~1998년11월(6.00→4.75%) ▲2000년6월~2003년6월(6.50→1.00%) ▲2006년8월~2008년12월(5.25→0.25%) ▲2019년1월~2020년3월(2.50→0.25%) 등 5개 전환기로 나눠 분석한 결과다.

홍 국장은 1995년3월~1998년11월 전환기와 관련해 "1996년 들어 경기가 빠르게 개선됐고 1997~1998년 중에도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4%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실업률도 자연실업률 수준을 상당폭 하회하는 4%대 중반 수준을 나타내는 등 양호한 경제상황이 지속됐다"며 "물가 상승률의 경우 둔화 흐름을 이어가긴 했지만 둔화 속도가 매우 완만했고 1998년까지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에 따라 미 연준도 1996년 이후에는 정책금리를 5.25% 수준에서 더 이상 인하하지 않았으며 1997년 3월에는 오히려 금리를 5.50%로 인상했다"며 "이처럼 이 전환기에는 물가 상승률이 2%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늦춰지고 양호한 경제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5%대의 높은 정책금리가 3년 이상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홍 국장은 내년 이후의 미국 경제전망이 이와 유사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GDP 갭률이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연실업률(4.0%) 내외의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는 등 양호한 고용 상황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1년간 가파르게 낮아졌던 미국 물가상승률도 내년부터는 둔화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2025년 하반기에도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주요 산유국의 감산에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성도 높아져 미국 물가의 목표수준 수렴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홍 국장은 "연준이 내년 이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는 1990년대 중반과 같이 매우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반영된 내년 말 정책금리 기대가 4.7~4.9% 수준에서 등락하는 등 미 연준이 제시한 5.0~5.25%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이에 따라 5%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홍 국장은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영향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와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인해 물가 및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며 "FOMC 회의 결과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계속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통화정책 운용에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