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복궁 낙서 모방범인 20대 남성 A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범행 직후 찍은 사진과 함께 "제 전시회 오세요. 곧 천막 쳐지고 마감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그저 낙서일 뿐"이라며 "짖궂은 장난을 치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17일 밤 10시20분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신상을 특정하는 등 수사망이 좁혀오자 범행 하루만인 지난 18일 오전 11시45분쯤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수했다.
그러나 21일 뉴스1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A씨의 낙서테러는 예술로 볼 수 없다"며 "문화유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반달리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A씨도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맹목적 동조에 가까운 모방범죄로 보인다"며 "전날 낙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던 문화재 훼손 범죄를 보고 영향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공 교수는 "해외에서 낙서도 일종의 예술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 창작성이 있는 내용들"이라며 "경복궁 낙서는 특별한 의미나 메시지가 없는 낙서이기 때문에 단순한 문화재 훼손 범죄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A씨가 예술 행위를 한 척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표현의 자유에 의한 예술이라고 우김으로써 문화재 훼손 범죄를 정당화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서울 청계천에 설치된 베를린장벽에 그라피티를 한 예술가가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사례가 있다. 해당 예술가는 재판 과정에서 "예술 표현의 일환일 뿐"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A씨의 범행에 일종의 '영웅심리'가 배경에 깔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관심 받고 싶은 과시욕과 열등감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복궁 담벼락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더 잘 볼 수 있고 자신의 일탈 행위를 오래오래 과시할 수 있는 곳에 범행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이렇게 비정상적인 과시욕을 보이는 사람은 열등감이 높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경복궁이라는 공공의 문화재를 사유화해서 혼자만의 낙서를 한 것"이라며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야 할 상식을 개인적인 거짓말로 둘러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도 스스로도 자신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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