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스틸컷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살아가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이와, 삶의 끝에서 죽고 싶어 하는 이가 만났다. 삶의 극단에 선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서로를 치유하며, 구원한다.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이다.

오는 3월 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영화 '로기완'은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로, 단편 '수학여행'(2010)을 연출했던 김희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화는 길거리에 흐른 피를 닦는 로기완의 처절한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윽고 비행기에 몸을 실은 로기완은 난민 지위를 받기 위해 머나먼 벨기에로 향한다. 하지만 난민 심사 과정은 쉽지 않고, 길거리에서 폭행을 당하는 등 어려운 상황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로기완은 살겠다는 일념으로 노숙 생활을 하며 하루하루 고된 생활을 이어간다.

이 가운데 로기완 앞에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사격 선수 출신 마리가 나타난다. 마리는 로기완이 쓰러진 틈을 타 전 재산이 든 지갑을 훔치고, 결국 둘은 경찰서에서 만난다. 마리는 그 지갑이 로기완의 어머니가 남긴 유일한 유품인 것을 알고 이를 찾아주겠다고 말한다. 불법 도박과 얽혀 있는 마리는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씨릴(와엘 세르숩 분)에게서 다시 지갑을 되찾기 위해 사격에 나선다. 악연으로 얽힌 로기완과 마리는 각자 상황을 알게 되면서 어딘가 닮은 서로를 발견하고, 점차 가까워진다. 하지만 로기완은 자신이 북한 거주민 출신임을 입증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의 벽에 마주하고, 마리 역시 씨릴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김희진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 작업부터 참여하며 실제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고자 애쓰는 탈북민을 취재하고, 칼레의 난민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서적을 참고했다. 이렇게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완성한 로기완이라는 인물이 영화에 흥미를 더하기에 충분하다. 낯선 땅에서 이름도, 국적도 증명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음에도 살아가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보이는 로기완의 모습이 뭉클함을 자아내는데, 김희진 감독은 이를 잔잔한 톤으로 담담하게 그려내 극의 분위기를 살린다.


다만 원작 소설에는 없던 인물인 마리가 영화에 추가됐는데, 서사가 다소 과잉된 모습이다. 삶의 이유가 없는 마리는 로기완의 삶에 대한 열망과 대비되는 역할로 등장하는데, 마리의 극적인 상황이 영화의 전반적인 톤과 달라 이질감이 느껴진다. 마리가 죽고 싶어 하는 이유가 다소 빈약하고, 마약, 불법 도박 등에 얽히는 모습 역시 설득력이 부족해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여기에 극단에 서 있는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소 지루하게 풀어내 아쉽다.

그럼에도 난민, 국적 등에 관해 다시금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로기완이 "근데 이런 내가 행복해질 자격 있는 건가"라고 말하는 모습은 영화의 메시지를 관통하며 안타까움을 안긴다. 탈북자로 분한 송중기의 새로운 모습도 눈길을 끈다. 러닝타임 131분. 넷플릭스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