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정부와 마트가 손잡고 물가잡기에 나섰다. 서울의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특가 전단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①치솟는 밥상 물가… "당분간 잡힐 기미 안 보이네"
②국시 한 그릇 1만5000원… 두려운 점심시간?
③나랏돈 1820억원 쏟았는데 물가는 그대로… 300억원 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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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부터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까지 동시에 상승하면서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우스갯소리가 여러 달째 이어지고 있다. 물가가 유례없이 불타오르자 정부와 유통가가 힘을 합쳐 진화에 나섰다. 치솟는 물가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먼저 국제유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배럴당 74.87달러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는 최근 80달러 근처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지난 1월 2.8%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국내 유통은 물론 국제 물류 가격이 함께 오르는 데다 생산·제조 원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물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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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물가지수 6개월 연속 오름세… 신선식품 전년比 20.1% 상승━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신선식품이 지난해 동월 대비 20.1%나 상승했다.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가장 많이 오른 분야는 농림수산품으로 전월 대비 3.8% 상승했다. 축산물은 -1.3%로 하락했으나 농산물과 수산물이 각각 8.3%, 0.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산물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8.5%, 신선식품은 무려 20.1%나 치솟았다. 이는 생산자물가 조사 품목 중 최대치다.
업계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의 생산자물가가 이처럼 오른 원인에 대해 ▲이상기온·기상이변 등 기후 변화 ▲전염병으로 인한 폐사 처리 ▲22년 러·우전쟁으로 인한 사룟값 상승 ▲유가 상승·전기세 인상 등으로 인한 농가 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사과 생산량은 생장기 폭염·폭우 등의 이상기후 영향으로 2022년 대비 약 30% 감소했다. 배추 역시 현재 겨울배추 제철임에도 불구하고 올겨울 한파와 폭설 등의 영향으로 주산지의 작황 자체가 지난해와 비교해 좋지 않은 편이다. 이에 따라 출하 물량 자체가 줄어 시세가 30%가량 올랐다.
수산물 역시 해수온이 상승함에 따라 조업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매년 급등하고 있다. 몇년째 '금징어'로 불리는 오징어는 조업과 공급이 크게 줄어 올해 역시 지난해 대비 시세가 최대 40% 올랐고 참조기는 70%나 상승했다. 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오징어 생산량은 951톤으로 지난해와 평년에 비해 각각 30%, 81%까지 떨어졌다.
국민 밥상을 위협하는 농수산 물가가 이처럼 날뛰자 정부와 유통가는 물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는 최근 명절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수백억원을 투입해왔다.
지난해에는 설 300억원, 추석 680억원을 지원했고 올해 설에는 840억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도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자 3월까지 추가로 300억원을 투입해 장바구니 할인 행사를 지원하고 수급상황을 매일 점검하기로 했다. 가장 많이 오른 과일 물가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참외 등 대체과일이 본격 출하되는 5월 전까지 사과·배를 중심으로 166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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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4사 물가잡기 비법 총동원해도 매출 날씨는 여전히 '흐림'━
이마트는 후레쉬센터를 운영해 신선식품의 출하 시기를 적절히 조율하는 등 물가안정에 힘쓰고 있다. /사진=이마트
이마트는 신선식품의 안정적인 보관과 출하가 제품의 질과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주목해 2012년부터 '후레쉬센터'를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후레쉬센터는 4만6535㎡에 이르는 냉장·냉동 시설로 이마트가 대량으로 직매입한 농수산물을 장·단기간 저장해두며 상품의 선도를 유지하는 한편 출하 시기를 적절히 조율해 물량과 가격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물류센터의 일반 저온 시설에서는 썩는 물량도 많고 신선도가 크게 하락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이마트의 CA저장고는 샤인머스캣은 이듬해 3월까지, 마늘은 다음 수확기까지 1년 이상 저장할 수 있어 1년 내내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2022년 11월 상품 기획과 소싱 전 과정을 점검하고 개선을 진행했다. 이후 롯데슈퍼와 상품팀을 통합해 공동으로 상품을 소싱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절임배추의 경우 지난해 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전에 배추 농가와 대량 계약을 시행해 약 550톤의 절임배추를 공동으로 준비했다. 김장철에 판매량이 늘어나는 수육용 돼지고기도 통합소싱해 돼지 농가로부터 수육용 뒷다릿살을 100톤 이상 대량 매입했다. 그 결과 기존 100g당 1090원이던 제품을 반값 수준인 555원에 판매할 수 있었고 해당 제품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홈플러스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고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맛난이' 농산물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맛난이 무를 선보이는 김태은 홈플러스 채소팀 바이어. /사진=홈플러스
고가의 품목을 중심으로 '맛난이' 농산물을 운영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도 지속 공급하고 있다. 맛난이 농산물이란 겉은 못나도 맛은 좋다는 의미로 일반 상품 대비 최대 3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대파에 비해 모양이 구부러짐이 있거나 별도 손질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품, 일반 상품 크기보다 살짝 작거나 방추형 모양을 가진 양파, 폭우나 태풍으로 미세한 흠이 있거나 꼭지가 떨어진 고추 등이다. 미국산 찰기장, 우크라이나 찰기장 등 다양한 원산지의 잡곡을 출시해 물량 안정화에 주력했다.
하나로마트는 사전 물량확보로 안성센터를 활용해 출하조절 기능을 강화했다. 사과, 무, 배추, 양파 등 수급이 불안정하거나 산지유통인 비중이 높은 품목이 이에 해당한다. 종자 시기부터 계약 재배를 통해 가격을 낮추기도 하고 반대로 갑작스러운 공급 과잉으로 농가 피해가 우려될 때는 생산자의 가격을 지지해 매입하며 소비자와 농가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업장에서는 '살맛나게' 특판 행사, 농협 자체 할인, 카드 할인 등을 1년 내내 지속해서 운영하며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주요 대형마트의 업장 매출은 나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오프라인 매출이 전년 대비 8.3%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 특수가 2월로 분산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지만 백화점이 0.7%, 편의점이 1.5% 줄어든 것에 비해 매우 큰 폭이다.
줄곧 유통업계 1위로 군림하던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29조4722억원, 영업손실 469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해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대형마트 4사는 소비자 물가를 잡기 위해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유통 구조 개선,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 이벤트 차별화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며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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