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대위원 만찬에 앞서 참석자들과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5.1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초선 당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22대 국회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과 예산편성권 적극 활용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수도권 및 대구·경북 초선 당선인들과 진행한 만찬에서 당이 필요한 것이 있을 경우 "대통령은 헌법의 권한에서 여당을 돕겠다"며 거부권과 예산편성권을 활용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이후 처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담을 하는 등 총선 패배 이후 야당과 소통의 늘리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따라 22대 국회에서도 정부·여당 대 야당의 대치 정국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당시 야당이 21대 국회 처리를 요구하는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며, 자신이 먼저 특검을 요구하겠다고 발언하는 등 나름의 유화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민주당의 원내지도부 구성과 국회의장 후보 선출 진행 과정에서 친명(친이재명)계 강성파들이 득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에서 여야 협치라는 이상을 추구하기보다는 현실론을 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록 '윤석열 저격수'로 불리는 추미애 당선인이 국회의장이 되는 것은 피했지만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의원도 만만치 않은 친명계로 꼽힌다. 실제 우 의원은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추 당선인 못지않게 명심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 원내지도부 역시 모두 강성 친명계로 채워지면서 22대 국회에서 소수 여당에 그친 국민의힘이 사실상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회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입법부라는 곳의 힘의 균형이 깨진다"며 "총선에서 절반가량은 우리를 찍은 분들인데 이들을 무시하는 정치가 되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야당의 모든 입법에 거부권을 활용하라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반드시 저지해야 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나서 막을 테니 여당으로서도 역할을 다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