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필리핀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아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당부한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6일 필리핀 칼람바에 위치한 삼성전기 생산법인을 방문해 MLCC 사업을 점검하고 ▲인공지능(AI) ▲로봇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선점할 것을 당부했다.

MLCC는 전기·전자회로에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콘덴서(축전기)의 일종이다. 회로에 들어오는 전류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자제품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고장이 날 수 있는데 MLCC는 중간에서 반도체에 전기를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한다.


휴대폰, 개인용 PC, 디지털 등 전자 회로에서 수동부품의 60%를 차지한다. 통상 스마트폰 1대에 800~1200개의 MLCC가 들어간다. 크기가 가로 0.4㎜, 세로 0.2㎜ 제품도 있을 정도로 쌀알보다도 크기가 작으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IT·전자제품에 사용되기 때문에 '전자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혁신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최첨단 전자부품 사용이 필수이기 때문에 MLCC의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MLCC 시장이 2023년 4조원에서 2028년 9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1988년부터 MLCC를 개발, 생산하며 IT부문에서 전세계 2위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산업·전장용 MLCC 사업은 2016년부터 시작해 2018년 부산에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고 중국 톈진에 전장용 MLCC 신공장을 건설하며 본격 육성하고 있다.

필리핀 생산법인은 2000년부터 IT용 MLCC, 인덕터 등을 생산해 왔으나 최근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고성능 전장용 MLCC 추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전장용 MLCC의 경우 150도의 고온과 영하 55도의 저온 환경, 휨 강도 등 충격이 전달되는 상황, 85%의 높은 습도 등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등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전장용 MLCC 시장은 일본기업들이 장악하고 있으나 삼성전기가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며 이들을 맹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시장 점유율은 2022년 4%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3%까지 급성장했다. 올해는 점유율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의 MLCC 사업 육성에 대한 이재용 회장의 관심과 의지도 남다르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최근 수시로 부산과 수원, 중국 톈진 등 삼성전기 사업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며 고부가 MLCC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