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필두로 한 자산 가치의 팽창은 상위 고령층에게는 풍족한 노후를 안겨준 반면 집 한채 없는 서러운 무산자에겐 빈곤을 키우는 잔인한 파고가 됐다. 사진은 쌀쌀한 날씨를 보인 지난해 12월9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사랑해밥차 무료 급식소를 찾은 어르신들이 점심 배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자산 가격의 폭등은 누군가에게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불어나는 막대한 자본 이득을 안겨줬지만 집 한채 갖지 못한 이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파고가 돼 돌아왔다. 사진은 지난 12월28일 찾은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손씨가 치솟는 집값에 떠밀려 이곳에 정착한 것은 3년 전 이맘때다. 전세금 인상 요구를 감당할 길 없던 그는 조금 더 낡고, 더 작은 곳으로 거처를 옮기다 결국 계단 아래로 밀렸다. 자산 가격의 폭등은 누군가에게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불어나는 막대한 자본 이득을 안겨줬지만 집 한채 갖지 못한 손씨 같은 이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파고가 돼 돌아왔다. 특히 근로소득이 줄어드는 노년기에 마주한 이 자산의 간극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넘어서지 못할만큼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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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반지하·옥탑 거주자 10명 중 6명이 고령층━
자산 격차는 고스란히 소득 격차로 이어져 고령층의 소득 불평등은 근로 세대보다 훨씬 더 기형적인 구조를 띠게 됐다. 그래픽은 근로연령층과 은퇴연령층의 소득 분배 지표. /그래픽=머니S
하위 고령층의 삶을 더욱 옥죄는 것은 신체적 노쇠라는 한계다. 당장의 생계를 위해 노동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도 여건이 허락지 않아 빈곤에 노출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픽은 OECD 주요국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을 나타낸 그래프. /그래픽=강지호 기자
소득의 결핍과 자산 가격 폭등의 파고를 넘지 못한 노인들은 주거 안전망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주거 취약지로 분류되는 지하·반지하·옥탑 거주자 중 고령층 비중은 2016년 43.3%에서 2023년 63.5%로 증가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고령층 내부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고령층은 소득이 감소하는 반면 주택 보수비나 난방비 등 고정비 부담은 줄지 않아 생활 부담이 더욱 커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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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얇은' 복지… "양극화 해소 위해 복지 과녁 다시 조준해야"━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될수록 고령층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11월26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한 어르신이 일자리 안내문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노인은 모두 가난하다"는 낡은 전제에서 벗어나 정책의 초점을 양극화 해소에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초연금 체계 개편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현행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고령자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34만2510원(단독가구 기준)을 일괄 지급하는 데 지원이 절실한 하위 고령층에게는 이 금액이 생계를 꾸리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고령층의 70%로 설정하는 현행 방식 대신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계층을 정밀 타격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단독가구 기준 소득인정액이 2020년 148만원에서 올해 247만원까지 상향되며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춘 중상위 고령층까지 수혜를 입는 구조는 재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편적 복지의 허울 아래 손씨처럼 반지하의 한기를 온몸으로 견디는 이들에게 돌아갈 자원이 분산되고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의 기초연금은 절대적인 지급액 자체가 적은 데다 노인 일자리 사업 역시 고령층 빈부격차를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특히 기초연금은 제한된 재원 여건을 감안하면 소득 불평등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지급 대상을 하위 50% 수준 또는 그 이하로 조정하더라도 생계 위협에 놓인 빈곤층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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