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12일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 가격변경 현황 보고명령 등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83억13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담합 사건 관련 제재 중 총액 기준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이들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8회에 걸쳐 설탕 판매가격 변경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 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원가 상승분을 빠르게 반영하기 위해 인상 시기와 폭을 합의·실행했다. 가격 인상을 수용하지 않는 수요처에 대해서는 3사가 공동으로 압박했다. 반대로 원당 가격이 내릴 때는 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시기를 늦추기로 했다.
이들의 담합은 대표·본부장·영업임원·영업팀장 등 직급별 모임이나 연락을 통해 이뤄졌다. 많게는 월 9회 이상 모임을 갖고 가격 변경 시기·폭과 거래처별 협의 시기, 협의가 안 될 경우 대응 방안 등 세부 실행방안을 논의했다. 가격 조정은 거래처별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회사가 협상을 주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정위는 제당사들이 원당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에는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가격을 인상했고, 반대로 원당 가격 인하로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했음에도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
2007년 제재 받고 또 담합… 업체당 평균 1361억 부과━
제당사들은 2007년 같은 유형의 담합으로 제재를 받고도 담합을 이어갔다. 2024년 3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1년 넘게 담합을 유지하고 조사 정보를 공유하며 대응을 논의하기도 했다.공정위는 담합 관련 매출을 3조2884억원으로 산정했고 15%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했다. 담합 사건의 경우 부과기준율은 최대 20%까지 설정할 수 있다. 업체당 평균 과징금은 1361억원으로 공정위의 담합 제재 사상 최대 규모다. 업체별 과징금은 ▲CJ제일제당 1506억8900만원 ▲삼양사 1302억5100만원 ▲대한제당 1273억7300만원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과징금 4083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장기간 과점 구조에서 반복된 공동행위라는 점이 고려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설탕 시장은 고율 관세와 대규모 설비 필요 등으로 신규 진입이 어려워 제당 3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약 89%에 달한다.
주 위원장은 "설탕은 제조에 대규모 장치가 필요하고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으로 수입이 자유롭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라며 "제당사들은 이런 상황을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담합을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과징금 규모에 대해서는 "담합을 통해 기업들이 4년 이상 얻은 부당이익을 충분히 넘어선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행법 체계 내에서 지금까지 공정위가 한 처분에 비해 엄정한 제재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민생을 침해하는 담합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주 위원장은 "최근 국민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높은 식료품 가격을 안정시키고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가격상승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밀가루, 전분당, 계란, 돼지고기 등 담합사건에도 신속하게 처리해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