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켐이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가중되는 재무 부담 속 성장 전략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엔켐 미국 조지아공장. /사진=뉴시스(엔켐)


엔켐이 북미를 필두로 글로벌 사업 확대에 나섰으나 성과를 내기까지는 넘을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북미 투자가 본격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당분간 자금 부담이 불가피하단 분석이다.


엔켐은 2012년 설립된 이차전지용 전해액 및 기능성 첨가제 전문 기업이다. 전기차(EV)·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 전해액을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하며 시장 입지를 넓혀 왔다. 특히 전해액은 운송 조건 및 품질관리가 까다롭고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이에 엔켐은 업계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생산 거점도 꾸준히 확대해왔다. 2012년 연간 5000톤 규모의 제천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2015년에는 LG화학으로부터 2만5000톤 규모의 전해액 설비를 인수하며 국내 생산능력(CAPA)을 3만톤까지 끌어올렸다. 이후엔 중국·미국·유럽 등으로 전해액 생산 거점을 지속해서 넓혀 현재 연간 약 57만톤 규모의 전해액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전해액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아 이차전지 생산 거점 인근에 설비를 구축하는 현지화 전략을 이어온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엔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자회사 엔켐아메리카와 현지 상장사 TGHL과의 합병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다. 합병은 엔켐아메리카와 TGHL이 100% 보유한 특수목적회사(SPC)가 합병한 뒤, 엔켐이 다시 TGHL 신주를 취득해 지분 85%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엔켐은 TGHL을 통해 최대 2억달러(약 3000억원) 규모의 단계적 자금 조달을 추진해 엔켐아메리카의 생산·운영 기반 및 북미 고객 대응 강화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이 실질적인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엔켐은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영업손실 504억원 ▲2025년 영업손실 78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242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고객사 재고 조정 등의 영향으로 오랜 기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전해액은 고객사와 공동연구 개발을 통해 양산이 확정된 뒤 주문이 발생하고, 생산·출하 이후에도 고객사 검수와 회계 절차를 거쳐야 매출이 최종 확정된다. 이에 생산 거점을 강화하거나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게 곧바로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긴 어렵단 평가다.

실적 부진을 버텨낼 재무 체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3억원에 불과하고, 유동 비율 역시 62%에 머물고 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웃도는 상태로 단기 유동성 부담이 상당하다는 진단이다. 미국에서 수천억원대 자금 조달이 추진 중이나 해당 자금은 엔켐아메리카 투자와 운영에 활용될 예정이라 모회사인 엔켐의 유동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채무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말 2024년 발행한 14회차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기가 도래한다. 현재 2300억원대 규모의 CB 잔액이 남아 있는 가운데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될 경우 조기상환청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CB 전환가액은 11만2700원으로 고정된 데 반해 지난 21일 한국거래소 기준 엔켐 종가는 1만9770원에 불과해 전환 유인이 크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