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과 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효성중공업 765kV 초고압변압기. /사진=효성중공업
국내 전력기기 '빅3'(효성중공업·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가 초호황기를 맞아 생산·수주 전략 강화에 나섰다.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 거점을 재정비하고 설비 증설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탄탄한 수주 성과를 발판 삼아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최근 전력업계의 시선은 북미를 향하고 있다. 현지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AI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조사한 결과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북미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2028년까지 약 69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여기에 노후화 전력망 교체 수요까지 겹치면서 새 제품을 들이려는 고객사가 많아졌다. 미국 송전선의 70%는 최소 25년 전에 설치됐으며 대형 변압기 설치 시기도 40년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흐름에 발맞춰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이달 미국 유력 송전망 운영사와 약 7870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변압기, 리액터 등 전력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 최초로 765kV 초고압변압기, 800kV 초고압차단기 등 전력기기 '풀 패키지'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도 대형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 44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주 초고압변압기 공장도 증설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인수한 멤피스 공장은 현재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765kV 초고압변압기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다. 회사는 국내 창원공장과 동일한 품질관리 노하우와 기술력을 멤피스 공장에 적용해 현지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도 새해부터 미국 최대 송전망 운영 전력 회사와 986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 변압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보폭을 확대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텍사스 최대 전력 회사와 2778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 변압기·리액터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대규모 신·증설 중인 생산 거점도 조기에 전력화한다. 현재 회사는 울산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제2공장에 3968억원을 투입해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공법 고도화·수력 기술자 사전 양성 등 준비 작업도 병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 본격 가동 예정인 청주 배전캠퍼스 내 자동화 시스템 안정화도 앞당길 방침이다.

LS일렉트릭 역시 지난해에만 신규 수주 약 3조7000억원을 따내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술력과 납기 경쟁력을 바탕으로 북미 빅테크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망에서 입지를 강화했고, 배전 및 초고압 변압기 시장 전반에서 신규 수주를 확대할 수 있었다.

1008억원을 들여 증설한 부산사업장 제2생산동도 본격 가동에 돌입했다. 증설을 계기로 부산사업장 일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연간 2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확대됐으며, HVDC(초고압직류송전) 변환용 변압기 생산 기반도 강화됐다.

이미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국내 전력기기 3사는 올해도 생산·수주 역량을 앞세워 견조한 성과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이들의 수주잔고는 ▲효성중공업(중공업 부문) 약 11조9000억원 ▲HD현대일렉트릭 약 9조8500억원 ▲LS일렉트릭 약 5조원 규모로 합산 시 약 27조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