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하단이 4%대를 넘었다. 사진은 지난 1월18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걸린 주택자금 대출관련 광고. /사진=뉴스1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동반 상승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기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신용대출 금리 4%대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률적인 규제 기조보다는 차주별 상황을 고려한 '선별적·차별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연 4.01~5.38%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금리 하단이 4%를 넘어선 것은 202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신용대출 금리의 4%대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신용대출 금리 4%대 고착화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경로가 빠른 완화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고 물가·환율 등 대외 변수로 금리 인하 속도가 지연될 경우 시장금리가 먼저 반응하면서 대출금리도 일정 수준 이상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가시화되고 은행 간 대출 경쟁이 재점화될 경우 다시 하단이 일부 조정될 여지도 있다"고 했다. 핵심 변수는 통화정책 방향성과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기조라고 설명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단기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4%대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큰 폭의 하락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채 등 단기 지표금리 등 단기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신용대출 금리도 4%대에 상당 기간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반대로 단기 지표금리가 하락 전환하거나 은행 간 경쟁이 다시 강해져 우대가 확대되면 하단은 다시 3%대로 내려올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대출 금리는 약 한 달 전인 지난달 16일과 비교하면 하단 금리는 0.25%포인트, 상단 금리는 0.15%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의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2.785%에서 2.943%로 0.158%포인트 오른 영향이 컸다.

신용대출 금리는 통상 금융채 금리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최근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금융채·은행채 등 단기·중기 시장금리가 반등했고 이에 따라 대출 금리 하단도 함께 올라간 것으로 분석된다.

강 교수는 "직접적 요인은 은행채 단기물 금리가 최근 한달 사이 상승했다"며 "수요 측면에선 연초 들어 주식 투자 자금 등으로 신용대출 수요가 반등하면 은행 입장에선 굳이 공격적으로 우대를 확대할 유인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조달 비용 상승도 신용대출 금리 인상 압력을 키우고 있다. 은행은 예·적금,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다양한 수단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예금 유치 경쟁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조달금리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이 교수는 "은행채 금리와 예금금리 등 조달비용이 올라가면서 대출금리 인하 여력이 줄었다"며 "특히 신용대출은 리스크가 커 조달비용 상승분이 비교적 빠르게 반영된다"고 했다.

더불어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강화 역시 신용대출 금리 하단을 높이는 데 영향을 끼쳤다. 채 교수는 "금융당국의 총량·건전성 관리 요구가 지속되면서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이는 금리 하단을 방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 둔화와 자영업자·취약차주 부담 증가로 연체율 상승과 신용리스크 확대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이 일부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담대 금리도 오르고 있다. 혼합형(고정) 금리는 4.36~6.437%로 한 달 새 하단이 0.23%포인트 상승했다. 변동금리도 3.83~5.731%로 0.1%포인트 올랐다. 표면상 변동금리 하단은 3%대지만, 신한은행의 서울시 모범 납세자 금리 감면(0.5%포인트)을 제외하면 사실상 4%를 넘어선 수준이다. 이에 따라 대출을 최대한 끌어 주택을 매입한 이른바 '영끌족'의 이자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리 상승과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가계대출 잔액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2일 기준 765조2543억원으로, 1월 말보다 5588억원 줄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감소 흐름을 보이는 모습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주담대 잔액이 감소하면서 전체 가계대출도 축소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는 한국 사회의 잠재적 리스크"라며 "2월 말 발표할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한층 강화된 목표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무리한 대출 확대는 억제하되, 차주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선별적·차별적 규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교수는 "거시건전성 관리 체계를 차주 단위로 정교화해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규제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