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처음 1~4화가 공개된 '운명전쟁49'는 49인의 운명술사들이 모여 각종 미션을 통해 자신의 촉과 점사를 증명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무당, 역술가, 타로마스터 등 다양한 운명술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운명을 읽어내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콘셉트는 기존 서바이벌 예능과 또 다른 결을 만들어냈다.
공개 직후 플릭스패트롤 기준 한국·대만 디즈니+ TV쇼 부문 1위, 전 세계 10위에 오르며 국내 제작 비 넷플릭스 예능으로서는 모처럼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화제성의 이면에는 순직 소방관 모독, 조작 의혹 등 끊이지 않는 잡음이 자리하고 있다.
분량이 압도적이지 않은 데다 리액션 위주라는 점에서 이미 촬영을 마친 프로그램을 달리 손보지 않고 내보낸 셈이다. 제작진은 홍보용 이미지나 예고편 등에는 박나래를 완전히 들어내다시피 했지만, 아직 관련 수사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방송에 등장한 박나래를 두고 시청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후 공개된 2회에서 참가자들이 제작진이 제시한 특정인물의 사망 원인을 추리하는 과제가 등장했다. 제작진은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김철홍 소방교 사진과 생시, 사망 시점 등을 제시한 뒤 출연자에게 그의 사인을 추리하도록 했다. 방송 이후 자신을 고인의 조카라고 밝힌 누리꾼 A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작진은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방송을 제작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나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딜 봐서 그게 공익의 목적성을 가진 방송인지 모르겠다"고 일갈했다.
그러자 제작진은 "유가족 및 친지들 가운데 사전 동의 과정에 대해, 방송 이후에야 전달받은 분이 있으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상처 입으신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프로그램 취지 상 여러 삶과 죽음이 소개될 것이었기에 의미 있고 숭고한 사연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던 중 이번에는 순직 경찰관의 사망 경위를 예능 소재로 활용해 또다시 빈축을 샀다. 2004년 강력 사건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 이재현 경장의 사인을 맞히는 미션이 등장했다. 한 무속인은 "흔히 칼 맞는 걸 '칼빵'이라고 하지 않느냐. 칼 맞는 것도 보이고…"라며 이 경장의 사인을 추정했다. 그러자 MC를 맡은 방송인 전현무는 "제복 입은 분이 칼빵이다. 너무 직접적이죠?"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경찰직협은 해당 방송사에 출연진의 공개 사과와 자숙의 시간, 유가족과 전국 경찰공무원에 공식 사죄, 문제의 회차 방영분 즉각 삭제 등을 요구했다. 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향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엄중히 받아들여 해당 프로그램에 법정 최고 수준의 징계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그러자 전현무 측은 " 출연자의 발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단어를 그대로 언급하였고, 표현의 적절성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며 "그로 인해 고인에 대한 예를 다하지 못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아울러 방송을 시청하시며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보다 엄격한 기준과 책임감을 갖도록 내부적으로 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운명전쟁49'에 등장한 순직하신 분들을 추모하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며 "현재 제작진은 유가족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전에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사죄드리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향후 방송 제작 전반에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내부 검토 및 제작 프로세스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유족의 분노와 비판을 공감하는 분위기다. 더욱이 숭고한 희생, 비극적인 죽음 그 자체를 점술가 서바이벌의 자극적인 예능의 소재로 소비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계속해서 프로그램 진행과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가운데 '운명전쟁49' 측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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