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업계가 회사채 발행·지분 매각·경영 효율화 등의 방식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셀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실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기차 캐즘·중국발 공세 등으로 업황난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재무 안정성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다. 재무 부담을 줄이는 한편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비전기차 시장에 대한 투자를 가속해 실적 반등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는 투자 재원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8000억원 규모의 원화 회사채 발행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결과 2조1350억원의 자금이 모였고 최대치인 8000억원으로 증액 발행을 결정했다. 최근 주식시장 대비 채권 시장 인기가 저조한 상황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추진 안건을 이사회에 보고한 상태다. 현재 보유한 지분은 15.2%로 장부가 기준 10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향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통해 거래 상대·규모·조건·시기 등 제반 사항을 검토해 이사회 보고와 승인을 진행할 방침이다.


SK온은 2025년 이전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시행하며 고강도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근속 기간 및 나이에 따라 월 급여의 최소 6개월분에서 최대 30개월분까지 위로금을 지급한다. 무급 휴직자는 자기 계발의 기회가 주어진다. 직무 관련 학위 과정 (학사·석사·박사)에 진학할 경우 최장 2년간 학비의 50%를 지원한다. 학위 취득 후 복직 시 잔여 학비 50%도 주어진다.

업계의 이러한 행보는 중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현재 배터리 기업은 전기차 사업 둔화 등 장기간 불황을 겪고 있지만 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서다. 이에 생산라인 전환 및 신설·연구개발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산업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가장 주목하는 곳은 북미 ESS 시장이다. 세 기업 모두 현지 ESS 생산라인을 확충하고 현지 고객사와의 접점을 늘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넥스트스타 에너지·미시간 홀랜드·미시간 랜싱 공장까지 북미에만 총 3곳의 단독 ESS 생산거점을 갖고 있다. SK온은 조지아 공장 생산라인을 ESS용 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 중이며 삼성SDI도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 삼원계(NCA) 배터리로 전환해 양산하고 있다.


국내 ESS 시장 공략도 가속하는 중이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1·2차 ESS 중앙계약시장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에서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1차에서는 삼성SDI가 76%, LG에너지솔루션이 24%의 물량을 확보했고, 2차에선 ▲SK온 50.3% ▲삼성SDI 35.7% ▲LG에너지솔루션 14%의 수주 구도가 형성됐다.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급성장하는 로봇 시장에 발맞춰 차세대 먹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꾸준히 연구 중이다. 로봇 특성상 탑재 공간이 제한적이고 고출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를 충족할 전고체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다. 방산·UAM 등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에너지 밀도가 요구되는 신규 애플리케이션에서도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3사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ESS·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R&D) 등을 위해 새로운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며 "관련 사업과 R&D가 성공한다면 업계가 전반적으로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