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불안으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인상에 공사비가 대폭 오를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과 이란 전쟁에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건설업계가 공사비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원가 폭등 사태가 일어난지 불과 4년 만이다.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0.1% 오른 74.66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달러로 전장 대비 보합에 머물렀다. 두 종목은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12% 넘게 오르며 이틀간 급등했다가 숨고르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란의 반격으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오가는 호르무즈 해협 주변 군사적 긴장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상승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기록해, 유럽의 가스 가격은 2022년 에너지 위기 수준을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자재값 상승은 건설공사비 증가로도 이어져 국내 주택공급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도 20% 이상 뛰며 업계의 원가 부담을 키웠다. 해당 지수는 2021년 상반기 105 수준이었으나 2022년부터 125 이상으로 급등했다.
정비사업 시공사, 공사비 인상 요구 잇따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1월 133.28(잠정치)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0.44% 오른 수준으로 지난해 9월 0.57%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72% 상승했다.

1월 건설공사비를 항목별로 살펴보면 기타 금속제품이 6.31% 오른 것을 비롯해 전선·케이블(6.1%) 내연기관·터빈(5.59%) 기타 일반목적용 기계(2.99%) 기타 철강1차제품(1.98%) 골재·석재(1.87%)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고유가 상황에 중동 발주가 늘고 해외 건설이 수혜를 입지만 지금 같이 전쟁에 호르무즈 해협의 길목이 끊기면 교역이 감소해 원자잿값이 오르는 부정 영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일부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선 건설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한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에 기존 7740억원의 공사비를 8946억원으로 증액해줄 것을 요구했다. 3.3㎡당 공사비로 환산하면 824만원에서 998만원으로 21.1%(174만원) 오른 수준이다. 공사 기한도 62개월에서 70개월로 8개월 연장을 요구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14일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조합과 공사비를 3697억원에서 7871억원으로 올리는 협상을 마무리했다. 계약 당시보다 공사비가 112.8%(4174억원) 오른 셈이다. 지난해 현대건설은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에도 2566억원을, GS건설은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 조합에 788억원을 증액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잿값 상승과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 인상 요구가 더 많아질 것"이라며 "공사비 산정과 검증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상황에 유가 상승과 외국인 근로자 충원 문제로 공사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