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FK, 트레바리, 최인아책방, 리댁션. 최근 내가 방문한 모임들이다. 누군가에게는 낯설겠지만, 배움에 목마른 직장인들이 모여드는 뜨거운 현장이다. 대학 강단보다 더 역동적인 에너지를 기대하며 그들과 AI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 현장에서 비명에 가까운 질문을 받았다. "AI로 성과는 나는데 왜 허탈할까요?", "일은 빨라졌는데 숨 돌릴 틈 없이 다음 작업이 밀려와요.", "결국 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 아닌가요?" 새로운 기회에 관한 기대보다 거대한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자신이 마모될지 모른다는 불안과 우울이 짙게 배어 있었다.

기업의 AI 교육 현장으로 가면 이 간극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경영진은 이런 요구를 던진다. "비전공자가 AI로 대박 성과를 낸 사례로 직원들에게 충격을 주세요.", "혼자서 팀 단위 성과를 낸 사례를 소개해 압박감을 주십시오." 이런 요구의 이면에는 직원들이 절박함이 없어 안 움직인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반면, 강의장에 앉은 직원들의 눈동자는 흔들린다. 그들은 이미 AI라는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나침반이 없다. 자신의 전문성이 지워지고 있다는 상실감, 조직의 성과가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소외감, 그리고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홀로 생존을 감당해야 한다는 막막함에 짓눌린 모습이다. 사측은 몰아붙이고, 직원은 표류하는 형국이다.

대단한 지능이 등장했는데, 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가? 우리가 여전히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AI 전환을 외치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갈지에 대한 비전은 모호하다. 리더들은 자본과 노동력을 대량으로 투입해 성과를 뽑아내던 자본 레버리지 시대의 종말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이제는 AI라는 두 번째 지능이 개인과 산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대다. 리더가 먼저 이 본질을 이해하고 비전을 재설계하지 않는 한, AI 도입은 조직의 피로도만 높이는 재앙이 될 뿐이다.

직원들 역시 직시해야 할 사실이 있다. 이런 혼란의 원인은 리더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가 통제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회사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아야 한다. AI가 못하는 일을 찾으며 조직 내에서 도망 다니는 회피자, 지시를 기다리는 이행자의 정체성으로는 이 파도를 넘을 수 없다.


해결책은 공존에 있다. 노사가 대립해 한쪽을 굴복시켜서 풀리는 사안이 아니다. 조직은 산업화 시대의 사고에서 벗어나 구성원과 고통을 분담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개인은 이제껏 학교와 직장에서 배운 친숙한, 그러나 이미 낡아버린 인지 시스템을 과감히 재구성해야 한다. AI라는 두 번째 지능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자기 업의 역할과 책임, 흔히 기업에서 R&R이라고 부르는 것을 근본부터 재정의해야 한다.

올해 초 출간한 저서에서 나는 이렇게 강조했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경쟁자가 아니라, 인간의 판단을 보조하고 확장하는 새로운 인지 능력이라고. 우리가 이 대단한 지능을 곁에 두고도 힘든 이유는, 두 번째 지능의 본질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화려한 기술과 눈앞의 프롬프트에만 현혹되었기 때문이다. 도구에만 매몰될 때, 우리의 타고난 뇌인 첫 번째 지능은 오히려 퇴화하고 만다.

두 번째 지능을 키우는 법은 단순히 코딩을 배우거나 생성형 AI 사용법을 익히는 데 있지 않다. AI를 외부에 존재하는 도구가 아니라 확장된 메타인지 시스템으로 수용해야 한다. AI가 내놓는 결과물에 감탄하거나 압도당하기보다, 그것을 내 생각의 재료로 삼아 더 높은 차원의 판단을 내리는 훈련이 필요하다. 가끔 돌아보기 바란다. 두 번째 지능을 받아들인 후, 당신이 더 깊게 성찰하고 있는지, 당신의 인간적 사고가 더 날카롭게 벼려졌는지, 우리 조직의 사고가 더 촘촘하게 연결되고 확장되고 있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실험자의 길을 가기 바란다. 정해진 절차를 효율적으로 따르는 모범생이 산업화 시대의 인재상이었다면, 두 번째 지능 시대는 자신의 가설을 세우고 AI와 협업하여 끊임없이 시도하는 실험가를 원한다. 완벽한 결과물을 기다리지 말고, 부족한 결과물을 AI와 함께 다듬어가는 과정 자체가 곧 지능을 키우는 과정이다.

나는 우리가 고단함을 넘어서, 큰 도약을 하리라 믿는다. 이제 그 길의 초입에 들어섰다. <김상균의 두 번째 지능 시대>와 함께 그 여정을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