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에서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한 기업이 크게 늘어났다. 자산 규모가 큰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관 재정비 움직임이 활발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사회 운영과 관련된 일부 정관 조항을 손질하기로 했다.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관련 조문 정비하는 식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이사 명칭 변경 관련 조문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 상향 관련 조문도 손보기로 했다. 전자 주주총회 도입 관련 조문도 정비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정관 변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감사위원 선임 및 이사회 관련 규정을 중심으로 정관 변경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SK하이닉스도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전자 주총 도입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이 밖에 상법 개정 반영을 위한 정관 변경, 사외이사·기타비상무이사·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등이 처리될 예정이다.
LG그룹에서도 정관 정비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이사회 운영과 관련한 일부 조항을 손질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으며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들도 지배구조 관련 규정 정비에 나섰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일부 규정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고려아연 역시 감사위원 선임 방식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 안건을 논의 중이다.
주요 대기업들이 정관 재정비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개정 상법 시행에 따른 제도 변화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은 1차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화하고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한다. 상장회사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규모 2조 원 이상의 기업에 집중투표제 시행을 의무화했고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을 규정하고 있다. 7월 23일 자로 독립이사 명칭 변경이 시행되고 9월 10일부터는 집중투표제 시행이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제도 시행 이전에 정관을 선제적으로 정비해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행동주의 펀드와 기관투자가의 영향력 확대 역시 기업들이 정관 정비에 나서는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주권 행사가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은 경영권 안정성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동시에 고려한 제도 정비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올해 정기 주총 시즌이 국내 기업 지배구조 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주요 기업들이 정관을 선제적으로 정비해 제도 변화에 대응하려는 분위기"라며 "앞으로도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제도 변화에 따라 정관 개정 논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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