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주택 공급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한정된 부지에 도시의 기능을 설계하는 방법론에 있어선 여러 난제들이 존재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거 공급이 집값 문제를 넘어 도시 구조의 효율성과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고소득 기업이 위치해 있는 고용 중심의 도심에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줄이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직주분리는 도시의 불필요한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장거리 통근이 교통 혼잡을 유발할 뿐 아니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시켜 생산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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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물량 공급 아닌 도시 구조 설계의 문제"━
다만 도심 개발의 목적이 단순한 주택 공급 확대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생활 인프라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도시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수요가 집중된 대도시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면 집값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주거 안정을 이루는 효과가 있다"면서 "하지만 인구와 활동이 집중돼 교통 혼잡과 학교·공원·의료시설 등 생활 인프라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기존 기반시설의 수용 능력을 고려한 과밀을 유지해 주민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밀 개발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다른 전문가들도 유사한 의견을 제시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밀도를 높이면 주거 안정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강남, 용산처럼 지하철 등 기반시설이 구축된 지역의 고밀 개발은 필요하지만 반대의 경우 수도권 베드타운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의 질은 갈수록 중요해진다. 윤혁경 스페이스소울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서울은 지속해서 주택이 부족했고 고밀 개발의 방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소득 계층에 따라 주거지를 선택하는 기준이 다른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는 1~2인가구가 60%를 넘는 상황으로 주거형 오피스텔과 임대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공동주택이 공급돼야 한다. 정부는 고밀 개발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공급추진본부 관계자는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고밀 개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교통·교육·도로 등 기반시설 수용 능력을 심의하는 사전 검토가 제도 운영의 기반"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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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확충·적정 밀도 '성공 요건'━
해외 도시들의 고밀 개발 과정에서 주거와 업무 기능 간 토지 분배의 균형은 핵심 과제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 일본 사이타마 신도심 등은 업무 중심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주거 기능을 배치했다. 업무 기능을 약 60~70%, 주거시설은 20~30% 범위에서 관리한다. 정 교수는 "해외 주요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 커네리 워프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는 금융·업무 집적을 우선 확보하고 주거를 제한한 대표 사례"라며 "주거 기능을 과도하게 확대하면 기업 활동과 일자리 집적 효과가 오히려 약화할 수 있어 균형이 중요하다"고 했다. 서울의 도심 주거 정책도 이런 구조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용학 서울시 미래공간기획관은 "근래의 도시 개발은 주거와 상업·업무가 결합한 복합개발이 추세"라며 "과거에는 주거와 업무가 분리됐지만 지금은 직·주·락(직장·주거·여가)을 결합한 도시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의 주거·업무 비중을 둘러싼 논란의 대표 사례가 용산국제업무지구다. 김 기획관은 "용산국제업무지구의 현재 주거 비율 계획이 약 30%(6000가구) 수준인데 정부가 추진한 계획은 50%(1만가구)"라며 "서울에서 마지막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핵심 입지인 만큼 단순 주거 기능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쉽다는 의견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정부와 대립하며 용산의 국제업무 기능을 강화해 고용과 세수 기반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다.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 건축기획관은 "도시기본계획의 입지 체계에 따라 각 토지의 역할과 주 용도가 설정돼 있다"며 "용산은 도심 기능을 담당하는 업무 중심지로 계획된 만큼 업무시설이 주가 되고 주거와 판매 등 생활 기능이 보완돼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을 적용하게 될 전망이다. 해당 부지의 예상 평균 용적률은 약 1200%, 별도의 층수 제한은 없다. 이는 국내외 주요 사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허드슨야드는 최대 용적률은 3300%이며 평균 용적률은 1800%다. 현재 국내 최고 높이 건축물인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555m·123층)의 용적률은 약 8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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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금융비 상승…고밀 개발의 '현실 장벽'━
수년간 지속된 공사비 상승과 건설사업의 수익성 약화도 정책 변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건립하는 GBC(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의 층수를 당초 계획인 105층에서 49층으로 낮춘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건설업계는 적정 밀도에 따른 개발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건설업체 개발사업부문 본부장은 "한국 도시 개발의 문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인 밀도를 정하는 데 있다"며 "도심 주거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해야 하고 용산은 교통과 인프라를 고려해 밀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민간 투자시장은 사업성에 따라 밀도를 정할 수밖에 없다. 조항신 금융투자협회 부동산신탁본부장은 "초고층 공사비가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경제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같은 초고밀 개발을 민간사업에 일률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민간 재개발·재건축이 핵심인데 현재 대출 규제가 사업비의 부담으로 작용해 일부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심 고밀 개발에서 용적률뿐 아니라 용도지역 등 도시계획의 다양한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 교수는 "역세권과 노후 도심에선 용적률을 다양하게 적용하는 제도의 유연성이 중요하다"며 "인허가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공공기여 기준을 명확히 하는 등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정책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이무영 제도혁신연구소 부소장, 이남의 건설부동산부 기자, 이화랑 건설부동산부 기자, 김성아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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