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2026년 3월22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지명된 신 후보자는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로 런던정경대와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제경제보좌관을 역임한 뒤 2014년부터 BIS 경제보좌관(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통화경제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BIS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기구다.
신 후보자는 앞으로 4년간 통화당국 수장으로서 적지 않은 정책 과제와 마주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불안,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대외 변수에 더해 국내에서는 고환율과 물가, 부동산 시장 불안,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 같은 환경은 기준금리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금리를 내리자니 환율과 가계부채, 자산시장 불안이 부담이고,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와 내수에 미치는 하방 압력이 만만치 않다. 결국 향후 한은은 물가 안정뿐 아니라 성장과 금융 안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고차원적 균형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신 후보자를 물가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성향의 인물로 보고 있다. 실제 그는 과거 공개 발언에서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기 전에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2022년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신 후보자는 "인플레이션 현상은 속성상 한번 시작되면 최초에는 국한된 품목만 오르다가도 점점 품목의 수가 넓어지고, 경제 주체들의 대응 과정에서 다른 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상호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연결고리를 처음부터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인터뷰에서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도 밝혀왔다. 통화정책 판단에 불확실성이 있더라도 대응 시점을 놓쳐선 안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성향은 실제 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에도 반영되고 있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3일 보고서에서 "빠르면 신 후보자가 처음으로 주재하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금리 인상 시그널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신 후보자는 인플레이션의 파급 효과와 과잉 유동성이 주도하는 완화적 금융 여건을 확인할 경우 통화 긴축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은이 올해 7월과 10월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다"고 분석했다. 이는 신 후보자가 강조해온 '선제적 대응' 기조가 실제 정책 경로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시장의 해석으로 읽힌다.
다만 모든 물가 충격에 기계적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신 후보자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BIS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사태와 관련해 "공급 측면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look-through)이 교과서적 사례"라고 말했다. 물가 상방 압력이 나타나더라도 그 지속성과 파급 경로를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 후보자가 취임하더라도 당분간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급격히 한쪽으로 기울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유가 상승, 이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여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다.
신 후보자도 총재 후보자 지명 소감에서 이러한 균형 인식을 직접 드러냈다. 그는 "물가와 성장, 금융 안정을 함께 고려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 운영을 고민하겠다"며 "우리 경제가 직면한 여러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금통위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전문가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상승한 가운데, 인플레이션 대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현송 국장이 차기 총재로 거론된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유가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위해서는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금리에 대해서는 재정 확대를 야기한다는 점에서 좋지 않게 평가했다"며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커지므로 통화와 재정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짚었다.
이어 "재정 건정성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한은 총재로서 재정정책 찬반을 언급하긴 애매하므로 정부의 확장 재정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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