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데이터에 의하면 세계 GDP랭킹 1∼5위는 미국, 중국, 독일, 일본, 영국이다. 2015년 이후 10년간 중국은 72% 인도는 77% 성장했다. 같은 기간 50%이상의 성장을 기록한 나라는 튀르키예 (59%)와 인도네시아 (51%)다. 물론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인구분포 변화, 성장둔화, 극심한 부정부패, 그리고 확산되는 소득격차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중국, 그리고 인도 등 어느 나라도 다가오는 AI시대에 지구촌 대부분의 나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모델국가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의 모든 부정적인 요소(저출산, 초고령화, 높은 자살률, 저성장 진입, 고조되고 있는 북핵 위협)와 긍정적인 요소 (선진 제조 산업, 로봇화, 기술혁신, 문화산업, 높은 교육률, 그리고 진취적 도전 정신)가 쉬지 않고 충돌하고 있는 한국이야말로 '충돌의 시대'에 『패러다임 이동』 (paradigm shift)을 주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 방향을 네 가지 측면에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AI기반 산업 전환이다. 인구 감소 시대에도 AI기반 공장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면, 인간과 휴머노이드와의 새로운 사회적 규범과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체계화함으로써 보건·복지·요양 서비스 등 저성장·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새로운 성장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다.
둘째, 단순한 무기수출 강국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전장환경에 적합한 스마트 무기체계와 양용기술의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30∼40년 주기로 무기체계와 안보시스템을 개선해야 되는 수퍼 사이클 (super cycle)에서 주도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나아가 서방국 중심의 안보제공 체제에서도 서서히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셋째, 『선도적 실증국가』 (First Prover)로서 국가와 사회 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그러나 AI없는 나라 발전도 환상이다. 따라서 한국이 AI시대에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면 강대국과 중견국 그리고 후발주자들도 한국사례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넷째, 정치 구조의 혁신이다. 지금처럼 여야간의 극심한 증오로 가득 찬 정치체제로는『선도적 실증국가』에 필요한 국가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특정 정당이 절대적인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하더라도 영원할 수 없고, 돌멩이만 던지고 연속적인 자살골을 자처하는 정당에서 진정한 대안을 기대할 수 없다. 후진적 정치체제가 존속하는 한 '대한민국 2.0'은 그림의 떡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태극기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음양의 조화와 우주의 4괘인 하늘, 땅, 물, 그리고 불을 상징하는 문양을 지닌 국기이다. 상충되는 요소들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만큼 대립의 뿌리가 길고 짙은 나라도 찾기 힘들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구한말의 소용돌이와 조선의 붕괴, 그리고 분단 이후의 대치상황 등 역사적 전환점마다 양극단의 대립 속에서 제대로 된 국가개혁을 한 적이 없다. 유일한 예외가 건국 이후 우리나라가 이룬 경제발전·자유민주주의의 정착이다.
기존의 국제질서가 서서히 와해되고 새로운 글로벌 질서가 구축되기 전까지 지금 발생하고 있는 각종 충돌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1960∼1970년대에 도입된 급속성장 모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뿐더러 『충돌의 시대』에는 새로운 접근과 전략이 필수적이다. 5천년 역사상 중국보다 앞선 시기는 지난 50년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대륙과 해양, 동서양,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결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그리고 가장 민첩한 진화와 혁신 경험을 두루 갖춘 지구촌의 유일한 나라다. 충돌하는 지구촌 속에서 한국 주도로 AI시대의 새로운 국가모델을 만드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역사적 필연이라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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