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2월23일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관련 게시물을 부착하고 있다. 전국 시·도지사, 군수, 구청장, 구·시의원, 교육감 등을 뽑는 이번 선거는 오는 6월 3일(사전투표 5월 29~30일) 열린다. /사진=뉴스1
#2015년 경남, 보수 성향의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와 진보 성향의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충돌했다. 무상급식 예산 문제를 놓고서다.
선별적 복지를 강조한 홍 지사가 감사를 받지 않으면 예산을 줄 수 없다고 압박하자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 박 교육감은 교육자치 침해라며 맞섰다.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고 '네 탓' 공방을 벌이다 결국 경남도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이 중단됐다. 그 여파로 약 21만명의 학생이 연간 70만원의 급식비를 부담했다. 특히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큰 피해를 봤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교육예산을 주는 쪽과 쓰는 쪽이 분리돼 있다. 지방교육청에 교육비특별회계 전출금을 지급하는 건 지방자치단체(지방정부)지만, 이를 편성하고 집행하는 건 교육감이다. 교육감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구조지만, 경남도·교육청의 무상급식 갈등에서 보듯 지자체와 교육청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6월3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등에 대한 투표가 각각 이뤄진다.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에 대해선 정당의 공천이 가능하고 투표용지에 기호와 정당명, 후보자 이름이 모두 표기된다. 반면 교육감 후보에 대해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당 공천이 금지된다. 따라서 투표용지에 정당명이나 기호가 없고, 후보자의 이름만 나열된다. 한 지역에서 서로 다른 성향의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이 선출될 수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1991년 지방교육자치제 도입 이후 교육감은 대통령 임명제 또는 교육위원·학교운영위원회 중심의 간선제를 통해 선출됐다. 이후 2006년 법 개정으로 단계적 직선제가 도입됐고 2010년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는 17개 시·도 교육감을 한꺼번에 뽑는 현행 체제가 자리 잡았다. 간선제에 따른 선거부정 논란과 대표성 부족 문제를 줄이고, 주민 참여를 확대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 직선제 도입 배경이었다.

논란의 교육감 선거

2015년 경남, 보수 성향의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와 진보 성향의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충돌했다. 무상급식 예산 문제를 놓고서다. 그래픽은 경남도, 경남교육청의 무상급식 갈등 일지. /그래픽=강지호 기자
그러나 직선제 시행 이후 교육감 선거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당 공천이 금지된 만큼 이념 대신 정책을 기준으로 찍을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데, 정작 선거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점철됐다. 이 때문에 대다수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한 채 치러지고 있다.
전국 첫 직선제 교육감 선거였던 2007년 부산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15.3%에 그쳤다. 이후 2010년부터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면서 투표율은 일정 부분 올라갔지만 교육감 선거만 따로 실시된 재보궐선거에선 여전히 저조한 참여율이 반복됐다. 2024년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율은 23.5%에 머물렀다.


경남의 사례처럼 지자체와 교육청이 엇박자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 기관의 칸막이 행정은 효율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교육하는 시장'(The Education Mayor)의 저자인 케네스 웡 홍콩대 정책대학원장 겸 브라운대 교육정책학 명예교수는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정부와 교육당국이 별도로 운영되면 구매협상도 별도로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교육감 직선제 대신 임명제가 주류
해외 주요국은 교육의 중립성을 보장하되 인사와 예산, 위기 대응의 책임선은 지방정부 체계와 연결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사진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사진=뉴시스
미국의 대부분 주는 교육감 직선제를 채택하지 않는다. 전미 교육위원회연합(ECS)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미국 50개주 가운데 교육감을 주지사가 직접 임명하는 곳이 20개, 교육위원회가 임명하는 곳이 18개, 주민직선제로 뽑는 곳이 12개였다. 직선제로 교육감을 뽑는 주는 1940년대까지 30개 이상에 달했으나 이후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뉴욕시는 교육 수장을 주민이 따로 선출하지 않고 시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시장 책임제'를 따르고 있다. 현재 뉴욕시 교육정책심의기구(PEP)는 총 24명의 의결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시장이 과반인 13명을 직접 임명해 정책 주도권을 갖는다. 교육행정 실무를 총괄하는 교육총감 역시 시장이 임명한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은 분권화된 교육행정 구조가 지닌 만성적인 비효율과 책임 회피를 타파하기 위해 2002년 이 체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학생들의 졸업률이 상승하고 기초 학력이 개선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케네스 웡 교수는 "블룸버그 시장 시기 뉴욕의 교육개혁은 시장 중심의 통합 운영 체제가 분산된 교육 거버넌스를 하나로 묶고 목표 설정부터 예산·행정·학교개혁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서 성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블룸버그 시장이 교육 개혁의 주도권을 잡으며 비영리단체와 대학 등 외부 기관의 학교 운영 참여를 허용하는 등 혁신적 실험을 추진했다"며 "특히 민간 부문에서 성공한 경영자들을 교육감으로 앉히는 등 실력있는 리더십 팀이 뒷받침되면서 추진력이 강화됐다"고 부연했다.

"교육행정 체계, 다시 설계해야"
'교육하는 시장'(The Education Mayor)의 저자인 케네스 웡 홍콩대 정책대학원장 겸 브라운대 교육정책학 명예교수는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블룸버그 시기 뉴욕 교육개혁은 시장 중심의 통합 운영 체제가 분산된 교육 거버넌스를 하나로 묶고 목표 설정부터 예산·행정·학교개혁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서 성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시대와의 인터뷰를 진행중인 케네스 윙 교수의 모습. /사진=줌(zoom) 캡처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자체장이 교육 행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조항 때문이다. 지자체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함께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이 어려운 이유다. 설령 헌법 개정을 통해 해당 조항을 고친다고 해도 지자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는 방식은 교육이 행정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 탓에 교육계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따라서 교육감 후보가 지자체장 후보와의 정책 연대 사실을 투표용지에 기재하는 '공동등록제'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공동등록제는 시장·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같은 기호를 부여받고 선거운동도 함께하지만, 교육감 후보가 지자체장 후보와 같은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고, 투표용지도 별도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러닝메이트제와 구별된다.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서지영 의원(국민의힘·부산 동래구)은 시대에 "공동등록제는 지자체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의 정책 연대 사실을 유권자에게 알린다는 점에서 일정한 검증·보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성향이 다른 후보들끼리 실제로 정책 연대를 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닝메이트제는 지자체와 교육청 간 갈등을 줄이고 정책 추진의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되지만, 현행 제도에서도 후보들이 이미 정치적 색채와 정책 노선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형식적 중립만 강조할 게 아니라 현실에 맞는 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 주도로 교육행정 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전 인사혁신처장)은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학령인구 감소와 행정통합, AI(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구조인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교육청과 교육감 체계를 통합·광역화해 정부 차원에서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뒷받침하는 구조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교육감도 정부가 전문가 중심으로 임명하는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