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리스크로 에너지 공급망이 불안해지면서 내연기관차 대신 전기차 시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 공급망 전반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진=금호석유화학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전기차(EV) 수요가 점차 살아나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새로운 시장 기회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용 타이어에 최적화된 합성고무 SSBR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어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단 분석이다. 최근 관련 설비 증설까지 마무리한 만큼 SSBR 중심의 고부가 포트폴리오 전략에 속도가 날 거란 예상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란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현재 두 나라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나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긴장 수위도 높이고 있다. 현재 중재국이 제안한 45일간의 휴전 이후 종전을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사실상 견해차를 보이며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이다.

양국 종전 시기가 불투명해지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공급망 불안정성 역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매우 높은 우선순위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이란은 영구적인 종전 요구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과를 위한 별도 프로토콜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오후 4시30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14.99달러, 두바이유는 6일 기준 120.2달러를 기록 중이다.


중동 리스크로 고유가 흐름이 계속되면서 산업 지형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은 충격 여파가 상당한 한편 역설적으로 수혜 기대감이 커지는 산업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꼽힌다. 그동안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전기차가 고유가 시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경우 미국·이란 전쟁 시기가 포함된 올해 1분기 차량 인도량이 전년 동기보다 6% 증가한 35만8023대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는 지난달 전기차 아이오닉5의 미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 늘었고 기아차도 1분기 전기차 판매가 30% 증가했다.

전기차 공급망 전반의 수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특히 전기차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SSBR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금호석유화학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SSBR은 금호석유화학이 유럽연합(EU) 타이어 라벨링 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약 15년 전 개발한 합성고무로 에너지 효율과 탄소 배출 저감 측면에서 장점을 갖춘 게 특징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타이어 마모·연비·내구성을 동시 개선할 수 있다는 거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통상 타이어는 '마의 삼각형'으로 불리는 마모·연비·내구성이 상호 상쇄하는 관계인데 SSBR은 실리카 화합물을 적용해 세 요소를 함께 향상할 수 있다"며 "전기차는 배터리로 인한 중량 증가와 급제동, 급정지 등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SSBR의 이 같은 특성이 빛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생산 역량이 미리 확보된 부분도 긍정적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연간 3만5000톤 규모의 SSBR 증설을 완료했으며 해당 설비는 올해 1분기부터 상업 가동에 돌입한다. 고부가 제품 특성상 사업 포트폴리오에 더 유의미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차별화된 제품 라인업을 지속 확대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고객 니즈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라고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SSBR을 비롯한 합성고무 등 고부가 주력 제품을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의 연이은 적자 행보에도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조9151억원, 영업이익 271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 설루션 강화, 바이오 및 지속가능 소재 확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및 가속화 등 3대 성장 전략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의 질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수익 구조 개선과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