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그가 '정치 투사'를 자처했다. 그의 삭발은 부산특별법 제정을 통해 싱가포르, 홍콩, 네덜란드 로테르담 등과 같은 '국제 자유 비즈니스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11일 당내 경선에서 주진우 의원(부산 해운대갑)을 꺾고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박 시장을 지난 9일 부산 부산진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시장은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 박형준으로서 부산 시민이 원하는 일에 대해선 독한 마음으로 부딪쳐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부산이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도시가 될 수 있다면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 뿐 아니라 경제력 향상과 사회적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박 시장의 목소리와 제스처가 커졌다. 그의 목소리 톤이 올라간 또다른 주제는 복합소득사회론이다. 기본소득사회와 달리 ▲일자리 소득 ▲금융 소득 ▲공공·민간 지원 소득이 있는 사회를 뜻한다. AI(인공지능) 시대에서 일자리 등 노동시장 구조가 변하는 상황을 대비하는 정책이다.
AI 시대 생산성 급증과 일자리 소멸에 맞춰 공적 지원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박 시장은 부산 청년이 '디지털 금융 시민'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고, 30대 중반에 1억원 자산을 만들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여기에 군복무·출산·돌봄 등에 지원 소득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게 복합소득사회론이다.
박 시장은 "AI 시대 노동시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저는 복합소득사회를 통해 '공화주의적 부담 분담'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공화주의는 시민을 권리의 수혜자이자 공동체 유지의 책임 주체로 이해한다"며 "사회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부담은 특정 집단의 희생에 의존해선 안 되며 공동체가 공적으로 부담을 분담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복합소득사회론은 '자유·민주·공화'라는 보수의 가치에 충실한 정책"이라며 "기본소득론과 같이 분배주의적 정책에 의해 '가진 사람들의 돈을 뺏어 나줘준다'는 식의 발상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보수는 과거의 이념에 고착돼 있지 않고 끊임없이 문제를 개선하고 혁신한다면, 진보는 개선과 혁신을 축적의 성과 속에서 하지 않을 뿐더러 현실의 기초 위에서 하지 않고 단절적 변화를 추구한다"며 "엄청난 돈을 '국민 지원금' 형식으로 막 뿌리는 방식이 낡은 진보적·좌파적 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부산시장 집권 5년간 코로나19 등으로 지역 내 업종 가운데 자영업 비중이 22%에서 16%로 감소한 부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산시의 15~64세 고용률이 2020년 62.9%에서 지난해 68.1%로 올랐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대해 더 두터운 지원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자책이었다.
박 시장은 2021년 4월 보궐선거를 통해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 이후 혼란스러웠던 부산시정을 정상 궤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2022년 5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박 시장은 부울경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던 가덕도신공항을 밀어 붙여 올해 착공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지역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2030년까지 공공임대 8500호, 민간 임대 1500호 등 총 1만호 임대주택 공급을 목표하고 있다. 청년과 신혼부부의 전세자금대출 등도 지원하고 있다.
아래는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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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책을 많이 펼쳤다. 예컨대 주거 정책은 2030년까지 1만호의 '공짜 주택'을 제공한다. 이미 작년에 1300호를 공급했다. 올해 1300호, 내년부터 2000호씩 늘려 총 1만호를 제공하는데 모두 임대주택이다. 하루에 1000원씩 한 달에 3만원을 내는 주택이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일정 금액을 받지만 본래 취지는 무상 임대주택이다. 두 아이 이상 낳으면 20년 이상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 전세자금 대출도 4억원까지 거의 1% 이자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6000세대 이상이 혜택을 봤다. 청년 문화패스 역시 1만원으로 11만원어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매년 1만명 이상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는 청년들에게 1억원 만들어주기라는 더 획기적인 정책을 시도하려고 한다.
-청년들에게 1억원 만들어주는 정책을 설명해달라.
▶청년을 위한 '시민 펀드' 프로그램이다. 부산에 사는 모든 청년들을 '디지털 금융 시민'으로 만들 계획이다. 즉, 스스로 금융 투자나 포트폴리오를 만들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초기 시드머니 프로그램과 청년 지분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부산에 사는 청년들은 정상적인 과정만 거쳐도 30대 중반에 1억원 정도의 자기 자산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최근 집필한 저서에 '기본소득론'을 비판하며 '복합소득사회론'을 제안했다.
▶복합소득사회란 일자리와 관련된 개념이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노동시장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연공서열은 깨지고 신입사원 중심의 채용은 경력사원 중심으로 이동한다. AI 시대에선 안정적인 일자리 보다 유동적인 일자리가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자리 소득, 금융 소득, 지원 소득이 결합한 모델이 앞으로는 청년들의 삶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모델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들이 가치로 인정받지 못했으나 이를 사회적 가치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여러 형태로 환원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공적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 저는 이걸 공화주의적 부담 분담이라고 정의한다. 공화주의는 시민을 권리의 수혜자이자 공동체 유지의 책임 주체로 이해한다. 사회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부담은 특정 집단의 희생에 의존해선 안 된다.
-진보의 기본소득론과 어떻게 다른가.
▶진정한 보수란 과거의 이념에 고착돼 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개선과 혁신을 하는 것이다. 진보는 축적의 성과나 현실의 기초 위에서 개선과 혁신을 하려 하지 않고 단절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면, 보수는 연속성 속에 혁신을 담아낸다는 차이가 있다. '자유·민주·공화'라는 보수의 가치에 충실한 정책이다. 금융 자본주의와 디지털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은 모든 사회가 겪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중에서도 청년들의 소외감이 특히 크기 때문에 이들을 공동체 내의 새로운 주체로 끌어안으려면 훨씬 포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이 자립할 수 있게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단순한 분배주의적 정책에 입각해 '가진 자의 돈을 뺏어 나눈다', '세금을 걷어 나눈다' 식의 발상으로는 안 된다. '국민 지원금' 식으로 뿌리는 현 정부의 방식은 낡은 진보적·좌파적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 많은 돈은 개인을 사회적 주체로 세우는 정책을 펴는 데 쓰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라 생각한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 받는데 최근 국회에서 삭발을 감행했다.
▶정치인 박형준으로서 시민들이 원하고 꼭 필요한 일에 대해서는 전투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쟁의 벽에 가로막히면 독한 마음으로 부딪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정치란 온건하고 온유한 방법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투쟁도 필요하고, 강한 주장을 통해 시민을 결집시키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삭발 배경이 된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이 왜 지금 부산에 필요한가.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려면 부산을 싱가포르나 홍콩, 로테르담 같은 국제적인 해양 허브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해외 도시들과 경쟁하려면 규제 완화와 세제 특례 등 제도적 기반이 필요한데 이를 담은 것이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이다. 정부 협의를 거쳐 사실상 정부 입법과 다름없는 내용으로 여야가 2년 전 공동 발의했다. 그런데 선거 등 정치적 셈법에 얽매여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 정쟁화된다면 대한민국 발전에 큰 손실이다. 해양수도 육성을 위한 필수 요건이므로 법 제정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
-최근 투자 유치와 일자리 지표가 크게 올랐다. 부산시장 집권시기 가장 중요한 성과는 무엇인가.
▶기업 투자 유치와 연계돼 부산의 청년 및 전체 고용률이 높아진 점이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며 산업구조가 역동적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실업률은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재방문 의사율이 84%에 이르고 가성비 아시아 1위 도시로 꼽히는 등 부산이 재미있고 매력적인 도시로 변모했다. '미식 도시', '커피 도시' 전략이 주효했다. 남들이 하지 않던 '15분 도시' 정책을 추진해 시민의 삶의 질 만족도가 과거보다 20%가량 크게 높아진 것도 핵심 성과다.
-'15분 도시' 정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고 놀며 운동하고 좋은 사회적 관계를 맺는 공동체 사회를 대도시 안에 만들자는 철학이다.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관련 상을 휩쓸었다. 269㎞에 달하는 갈맷길 조성 등을 통해 부산은 걷기 좋고 삶의 질이 높은 도시가 되고 있다.
-부산시장 집권시기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여전히 시민 절반 이상의 삶이 팍팍하다는 점이다. 자영업 비중이 부산시의 전체 업종 가운데 22%에서 16%로 급감하는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통받는 시민들이 많다. 소상공인 지원을 역대 최대로 늘렸지만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었다. 앞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 전통시장 상인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밀착형 정책을 더 많이 내놓겠다.
-부산의 미래 핵심 산업 분야는 무엇인가.
▶선박, 항만 등에 AI를 접목하는 해양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또 기장 산단을 중심으로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 반도체 클러스터를 크게 키우고 해양 전력 반도체와 연계할 것이다. 제2센텀은 조선 R&D(연구개발)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AI 로봇 첨단 복합 센터로, 에코델타시티는 의료·바이오 헬스 분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북항은 IP(지식재산) 콘텐츠 중심으로 신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부산은 전력 자급률이 높고 바다를 끼고 있어 첨단 산업 클러스터 조성도 가능한데.
▶그렇다. AI 데이터센터를 많이 유치하고 있다. 전력만 소모하지 않고 지역 산업에 파급 효과를 갖는 것들만 선별해 유치하려 한다. 부산의 전력 자급률은 200%가 넘는다. 분산 에너지 특별법에 따라 전기요금이 차등화되고 지역 내 전력 거래도 가능해지면 이는 첨단 산업 단지에 기업을 유치하는 데 큰 장점과 잠재력이 될 것이다.
-산업은행 본사 이전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와 어떻게 협업하고 정치력을 발휘할 것인가.
▶대한민국 국정은 시스템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야당 시장이라고 무조건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일상적 행정은 부처 협의를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 제가 취임 후 역대 최대 국비를 확보한 것이 그 증거다. 다만 산업은행 이전 등 정치적인 사안은 적극적인 설득과 치열한 투쟁이 병행돼야 한다. 선거가 있는 체제에서는 표심이 작용하므로 오히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시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야당 시장만의 장점도 있다.
-'AI 시대 대한민국 청년을 다시 세우다'라는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낡은 이념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을 가장 균형 있고 선도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평생 시대의 흐름을 앞서 읽고 진단과 해법을 내놓으려고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다. 특히 현재의 2030세대는 낡은 기득권 구조에 편입된 기성세대와 달리 올바른 보수 이념에 대한 친화력이 매우 높은 세대다. 보수가 '자유·민주·공화'라는 헌법적 가치 속에서 이들의 삶을 고민하고 대안을 정책으로 구현한다면 청년들은 보수의 든든한 주체가 될 것이다. 이것이 책에서 강조한 '청년 정치'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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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광역시장 프로필▲1960년 부산 출생 ▲대일고등학교 졸업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중앙일보 기자 ▲고려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부산경실련 기획위원장 ▲지방분권부산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제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 ▲한나라당 대변인 ▲대통령실 홍보기획관·정무수석비서관·사회특별보좌관 ▲제29대 국회사무총장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제38·39대 부산광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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