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오는 5월 1일 노동절에 맞춰 두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서 사실상 무산됐다. 노동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된 근로자 추정제는 노무제공자를 우선 근로자로 보고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입증하게 하는 제도다. 기존엔 근로자가 직접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다.
근로자 추정제는 논의 초기 단계부터 진통을 겪어왔다. 야당은 사용자에게 입증 책임을 넘기면 인건비 부담과 분쟁이 늘고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산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지난 2월 고용노동부 주최 입법 토론회에서 "근로자 추정제는 노무수령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하고 자유계약 원칙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도 행정 부담과 법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해왔다.
재계에선 이번 보류로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여당의 법안 추진 의지가 큰 만큼 재논의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반발 확산을 고려해 정부와 여당이 6·3 지방선거 이후 연내 재추진으로 전략을 조정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제도 도입이 현실화할 경우 기업의 외부 인력 운용 부담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자성 분쟁이 제기될 때마다 기업은 해당 인력이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적인 위탁·도급·프리랜서 계약에 따라 일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계약서상 외주나 프리랜서로 명시돼 있어도 실제 업무 과정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인정되면 근로자성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업들은 계약서부터 실제 운용 방식까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비용 부담도 뒤따른다. 기존 사업소득자나 프리랜서 형태였던 인력이 근로자로 분류되면 4대 보험, 퇴직금, 연장·야간수당 등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외부 인력 활용을 줄이거나 기존 계약을 더 보수적으로 운용하려는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력 운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도 재계의 우려를 키운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제도 시행 한 달여 만에 372개 원청 사업장을 대상으로 1011개 하청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 근로자 추정제까지 도입되면 기업은 노조 교섭 대응과 외부 인력 근로자성 분쟁을 함께 떠안아야 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 추정제는 입증책임을 기업에 넘기는 구조라 현장 혼란과 노무관리 부담이 불가피하다"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일괄 편입하기보다는 노무제공자 보호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시장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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