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겨냥한 세제 개편 검토에 착수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 /사진=뉴시스
오는 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가 기업 보유 부동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50대 그룹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 자산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업무 목적과 무관한 토지·건물 보유에 대해 정부가 과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7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0대 그룹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투자부동산) 규모는 106조283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01조9528억원) 대비 4.2% 증가한 수치다.

비업무용 부동산은 기업이 생산·영업 활동에 직접 사용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한 범위를 초과해 보유한 땅을 의미한다. 리더스인덱스는 주요 기업들이 본업 외 수익 창출 수단으로 부동산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장·비상장 계열사 374곳 가운데 2년 연속 관련 데이터를 공시한 181개사(리츠(REITs) 제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동산 보유 규모가 가장 많은 그룹은 삼성(12조7690억원)과 롯데(11조5178억원)다. 삼성은 전년 대비 8.2% 감소한 반면 롯데는 11.5% 증가했다.

이어 ▲한화(8조8244억원·16.5%↑) ▲KT(8조3334억원·12.5%↑) ▲미래에셋(5조7684억원·21.1%↓) ▲GS(4조7593억원·19.9%↑) 등이 뒤를 이었다. HDC(15.3%) KT&G(11.1%) KT(10.5%) 그룹은 전체 자산 대비 투자부동산 비중이 10%를 넘었다. 전체 평균(2.3%)의 4배 이상이다. 취득가 대비 공정가치가 2배 이상 상승한 기업도 46곳에 달했다.
정부 "투기부동산 보유 용납 않겠다"
국내 50대 그룹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기업 보유 부동산에 대한 세제 강화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라운지에서 본 송파와 강남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과거에는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높은 세율을 적용했지만 외환위기를 계기로 규제가 완화됐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다. 현재는 공시가격 기준 ▲15억원 이하 1.0% ▲45억원 이하 2.0% ▲45억원 초과 3.0%의 종합부동산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정부가 기업의 투자부동산을 '불로소득' 자산으로 규정하며 과세 강화 가능성을 시사함에 따라 기업들의 자산 운용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기업이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데 쓸데없이 대규모로 보유한 부동산에 대해 대대적인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검토해보자"고 지시한 바 있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규제 기조가 기업의 부동산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오는 7월 발표될 예정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에는 법인의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함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세제 강화 방침을 강조했다. 자본이득을 노린 토지가 업무용으로 분류돼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지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김 실장은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에 대해 국세청이 TF를 구성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기업 활동 등 본래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부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일관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업용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만큼 양극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WM영업전략부 연구원은 "입지가 우수하고 법인 사옥으로 활용 가능한 자산은 거래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꼬마빌딩 등은 거래 회복 속도가 더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다"며 "정부의 비업무용 부동산 규제가 강화될 경우 상업용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