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권이 서민·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포용금융을 넘어 실물경제 자금 공급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고금리 적금, 대환 지원, 금리 인하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상생금융에서 출발해 올해는 전담 조직 신설과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여신 확대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저축은행업권이 서민·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포용금융을 넘어 실물경제 자금 공급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고금리 적금, 대환 지원, 금리 인하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상생금융에서 출발해 올해는 전담 조직 신설과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여신 확대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사회취약계층, 중·저신용자,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포용금융 상품을 잇달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들어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조직·상품·여신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전성 관리에 집중했던 업권이 서민금융기관 본연의 역할 회복과 실물경제 자금 공급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축은행권의 변화는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서민·중저신용자 금융 공급이라는 본래 역할을 맡아왔지만,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부동산 PF와 담보대출 비중이 커지면서 업권 정체성이 흔들렸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최근에는 부동산과 자산시장에 쏠렸던 자금을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등 실물경제 영역으로 돌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저축은행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저축은행권의 포용금융이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는 이를 보다 구조화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단순히 고금리 특판 상품을 내놓거나 일회성 금리 인하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전담 조직을 만들고 정책서민금융과 중금리대출을 묶어 운영하며, 지역 기반 자금 공급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포용금융이 '지원'의 성격을 띠었다면 생산적 금융은 자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게 하는 '중개 기능 회복'에 가깝다.

취약계층·중저신용자 지원…포용금융 실행 넓히는 저축은행
저축은행들의 포용금융은 취약계층의 자산 형성, 중·저신용자의 금리 부담 완화, 금융 접근성 개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지난해 사회취약계층과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연 6~8% 금리를 제공하는 상생 적금 3종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포용금융부'를 신설해 관련 상품과 기능을 일원화했다. 중금리신용대출, 햇살론, 사잇돌대출 등 정책·포용금융 성격의 상품을 전담 조직 중심으로 운영해 지원의 지속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신한저축은행은 금리 부담 완화와 신용 회복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브링업&밸류업' 프로젝트를 통해 저축은행 우량차주를 은행 대출로 대환해 평균 4.8%포인트의 금리 인하 효과를 제공했다. 이는 단순한 이자 감면을 넘어 중·저신용자가 신용도를 개선해 더 낮은 금리의 제도권 금융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금융 사다리 모델로 평가된다.


SBI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중금리·정책금융과 디지털 접근성 확대를 통해 포용금융 영역을 넓히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햇살론, 사잇돌대출2 등 정책금융상품과 자체 중금리 상품을 통해 중·저신용자 지원을 이어가고 있으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확대를 통해 대출 이후 차주의 이자 부담 완화에도 나서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압류방지 통장인 '웰컴 생계비통장'의 비대면 가입 서비스를 도입해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였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생계비 보호 기능을 앞세웠다. 압류금지 최저생계비를 별도 예치할 수 있는 '생계비계좌'를 출시해 강제집행이나 채권추심 상황에서도 일정 한도 내 생활자금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고금리와 채무 부담이 겹친 취약차주에게 최소한의 생활 기반을 지켜주는 금융 안전망 성격이 강하다.

소상공인·지역경제 지원…생산적 금융으로 확장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은 생산적 금융과 맞닿아 있다. 하나저축은행은 개인사업자 전용 상품인 '사장님 혜택 가득 보통예금'과 '하나더소호 동행 적금'을 통해 소상공인의 운전자금 관리와 목돈 마련을 지원하고 있다. 단순 예금 상품에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확인서 제출, 자동이체 등 조건을 통해 우대금리를 제공하며 개인사업자 금융 지원을 상생금융의 한 축으로 삼았다.

BNK저축은행은 지역 기반 금융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부산 지역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BNK동행론', 취약계층 대상 'BNK동행적금', 기존 고금리 대출 고객에 대한 금리 인하를 묶은 '동행금융' 패키지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금융부 신설과 전담 심사역 배치까지 병행하며 지역 소상공인과 금융취약계층을 함께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IBK저축은행은 노인복지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IBK실버사업자대출'을 통해 생산적 금융의 범위를 돌봄 산업으로 넓혔다. 요양원, 재가노인복지시설 등을 운영하거나 운영 예정인 개인사업자에게 운영자금과 매매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으로, 지역 복지 인프라와 금융 공급을 연결한 사례다. 부산·울산·경남 지역 사업자에게는 우대금리와 추가 한도도 제공한다.

OK저축은행은 자산 형성형 포용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불충전금에도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 등을 통해 금융 접근성뿐 아니라 생활자금 관리와 자산 형성 기능을 함께 강화하는 흐름이다. 대형 저축은행이 보유한 디지털 채널과 고객 기반을 활용해 서민금융 플랫폼 역할을 키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금융당국도 저축은행의 생산적 금융 전환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저축은행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저축은행 건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은 저축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을 부동산과 담보 중심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 개인사업자, 소상공인 등 실물경제 부문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대출 대상을 기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넓히고, 대형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보유 한도도 완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다만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건전성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축은행은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차주를 많이 포괄하는 업권인 만큼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 정교한 심사와 사후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포용금융과 생산적 금융이 일회성 지원이나 정책 호응에 그치지 않으려면 자금 공급 이후 차주의 상환 능력, 신용 회복, 사업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관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포용금융은 단순히 금리를 낮추거나 상품을 출시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이 다시 제도권 금융 안에서 정상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앞으로는 취약계층 지원과 소상공인·중소기업 자금 공급을 확대하면서도 건전성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업권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