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KAI와 손잡고 AMM 개발에 나선다. 사진은 슈퍼널이 CES 2024에서 처음 공개한 차세대 기체 S-A2 실물 모형.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손잡고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사업 재정비에 나선다. 그동안 독자 개발 전략을 추진해왔지만 글로벌 규제와 기술적 한계 등으로 상용화가 지연되면서 협력 체제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관측된다. KAI의 항공기 제작 노하우가 더해지면서 현대차의 AAM 상용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8일 현대차·기아 본사에서 'AAM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기술·인적 자원 공유를 비롯해 공급망 구축, 글로벌 인증, 고객 네트워크 등 AAM 사업 전반에 걸쳐 포괄적 협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 개발을, KAI는 항공기체 개발을 각각 맡는다. KAI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AAM 전문법인 슈퍼널과 공동으로 기체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항공파워트레인사업부가 개발 중인 항공용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상용화 작업도 함께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은 '에어택시'로 대표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의 상위 개념인 AAM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슈퍼널을 설립, CES 2024에서 차세대 AMM 기체 'S-A2' 모형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글로벌 규제 등 제도적 한계로 일정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슈퍼널의 잇따른 인력 이탈로 사업 철수 우려도 커졌다. 슈퍼널은 지난해 9월 신재원 사장이 고문으로 물러난 데 이어 올해 초 전체 인력의 약 80%를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진행하며 조직을 축소했다. 막대한 투자 비용 대비 수익 창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사업 특성상 추진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8일 KAI와 'AAM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왼쪽부터)과 김종출 KAI 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이에 현대차그룹은 철수 대신 협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T-50, KF-21, 수리온 등 다양한 국산 항공기를 개발해온 KAI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UAM 기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현재 대한항공·KT·현대건설 등과 'K-UAM 실증 사업'에 참여 중인데 2024년 1단계 실증 당시 기체 제작을 완료하지 못해 시제기와 일반 헬리콥터를 활용해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UAM은 기체 개발뿐 아니라 MRO(유지·보수·정비), 운항 관제, 배터리, 인증 체계 등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단일 기업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KAI의 항공 노하우 확보가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K-UAM 사업이 기체 투입 단계로 넘어갈 경우 현대차그룹이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AM 사업 재정비와 함께 공석인 슈퍼널 CEO 선임에도 관심이 모인다. 슈퍼널은 최근 회전익 항공역학 전문가인 파르한 간디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엔비디아 출신 박민우 첨단차플랫폼(AVP)본부 사장 사례처럼 외부 전문가를 영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모빌리티 분야는 단일 기업 역량만으로 단기간에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며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분야에서 엔비디아 등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UAM 분야도 전문성을 보유한 KAI와 협력을 확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