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1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정부는 HMM 나무호 등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내용은 미상의 비행체 2기가 나무호 선미 외판을 1분 간격으로 두 차례 타격했고, 타격으로 인한 충격 후 진동을 동반한 화염 및 연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라며 "사고 당시 선박은 해수면보다 1 내지 1.5m 상단 부분에 파손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폭발 압력으로 인한 파손 패턴과 반구형 관통 형상 부위를 고려할 때 기뢰 및 어뢰에 의한 피격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보다 정확한 정보에 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우리는 추가 조사를 통해서 공격의 주체, 정확한 기준, 물리적 크기 등을 식별해 나가고자 한다"며 "그에 따라서 필요한 대응 조치도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유관국들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고, 현재 인근 해협에 위치한 우리의 모든 선원 및 선박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배가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안전 보장 및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 국제사회의 관련 노력에 지속적으로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호는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 선박 내부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나무호의 폭발 및 화재 사고가 미상의 비행체 2기의 타격으로 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단은 비행체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 수거된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 중이다.
해군 잠수함 장교 출신인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우발적 충돌이나 단순 사고보다는 의도적으로 취약 부위를 겨냥한 제한적 정밀공격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비행체 종류에 대해선 "공개된 내용만 보면 폭발물을 탑재한 자폭형 무인항공기(UAV), 소형 순항 비행체, 해상 표적 공격용 저고도 비행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 출신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선체를 뚫고 내부에서 폭발한 정황까지 고려하면 이란 지대함 미사일에 피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지난 3월 태국 국적 벌크선 마유리 나리가 이란 대함미사일에 피격됐을 때도 나무호와 유사하게 선미 하부가 피격됐다"며 "선미 하단을 '시스키밍'(sea-skimming·해수면 초저공 비행) 방식으로 공격해 기관실을 무력화하는 패턴까지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란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구상(MFC)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 이니셔티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이란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도 피해 당사국이 되는 만큼 정부의 대응 수위 역시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에서 파병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43%의 석유를 조달한다며 미국의 선박 호송 작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도 한국의 동참을 압박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이나 병력 파병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파병은 한국에 군사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현재로서는 이란의 책임이 확인된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받아내는 것, 그리고 다국적 연합체에 동참하는 것 정도가 현실적인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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