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제도 개선 세미나를 개최하고 학계와 법조계, 투자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세미나는 모회사의 주주 동의를 받는다면 이를 어떻게 수렴할지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기초 발제에 나선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동의의 필요성에 대해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사회의 의무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주주동의를 받는 1안과 부분적으로 주주동의를 의무화하는 2안, 전면적 주주동의 의무화인 3안이다. 세 가지 방안은 제도의 효과 측면과 비용 등의 측면에서 각자의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1안은 이사회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이미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 주주 충실 의무가 강화된 상황에서 주주 영향 평가와 보호 대책, 찬반 의견 결정과 공시 등의 절차가 마련됐음을 감안한 것. 이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을 보장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는 제도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남길남 선임위원은 "아직까지 이사회가 지배주주로부터 완전히, 실질적으로 독립적이냐는 한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사회가 자율성에 부담을 느껴 사실상 주주동의를 일괄적으로 받는 방법을 택해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두 번째 방안은 부분적 동의의 의무화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심사 시 분할 자회사 상장의 중요성을 판단해 필요성이 크다면 주주 동의를 요구하게 하는 것. 자회사가 모회사의 핵심 사업을 가져가는 경우와 이미 독립한 지 수십 년이 넘고 모회사 의존도가 낮은 경우는 경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비례성 원칙은 충족하나 비용 부담과 기준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남 위원은 "주주 동의를 받을 경우 일반 기업은 수억원, 대기업은 그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며 "또 거래소가 동의 여부를 결정한다면 객관성을 어떻게 담보하고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논점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세 번째 안은 모회사 비중이 낮은 경우가 아니라면 전면적인 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남 선임위원은 자산과 매출, 이익이 연결 기준 전체 모회사의 10% 미만인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모두 주주 동의를 받도록 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이 방법은 기업의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보호 절차가 적용된다는 일관성과 명확성 측면에는 장점이 있다. 반면 반대로 막대한 비용과 함께 경영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다.
남 위원은 "사실 여기에 더해 더 큰 문제는 경영상의 불확실성 발생"이라며 "국내 모험자본의 엑시트(수익 실현)의 90% 이상은 IPO인데 불확실성이 커지면 상장을 바라보는 벤처캐피탈이나 초기 위험자본 투자가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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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결의·3%룰 적용·소수 주주 다수결 등 방법 있어…다만 효과와 향후 파급력 신중히 판단해야"━
특별결의는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중복상장이 모회사의 주주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총 특별결의를 준용하는 것.
남길남 선임연구위원은 "이 경우 이미 50년간 운영된 상법 체계와 정합성을 갖고 있고 안정성도 담보할 수 있으며 판단 기준도 명확하다"며 "다만 지배주주의 영향력은 여전하고 지배주주의 지분이 3분의 1을 넘고 지분이 높으면 실질적인 보호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안의 3% 룰을 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를 중복상장 시에도 활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지배 주주의 영향을 제한할 수 있지만 정족수 미달과 룰 우회 리스크가 있다.
남길남 선임위원은 "최대 주주의 의결권을 3%로 묶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발행주식의 4분의 1로 규정한 의결 정족수가 미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한 이 룰을 우회하기 위해 차명이나 우호 지분을 분산하는 방법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은 소수 주주의 다수결(MoM) 제도다. 최대 주주를 배제하고 일반 소수 주주의 과반 동의를 받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2014년 델라웨어 MFW 사건 등에 적용된 바 있으며 미국과 영국 등 15개국 이상의 해외 선진 시장에서 활용된다.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고 선진 시장이 이미 활용하고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반면 부결 가능성이 매우 높고 금융 경쟁력을 크게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남 위원은 "MoM 방식은 주주의 동참을 이끌 동력이 낮기 때문에 안건 통과가 쉽지 않다"면서 "여기에 이미 2025년 미국 델라웨어 주 대법원은 MFW 기준을 일부 완화했고 영국도 2024년 상장 규제를 완화하는 등 반작용이 발생했고 한국 법무부 가이드라인도 이 방안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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