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의 '202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노조원 찬반투표에서 73.7%의 찬성률로 27일 가결됐다. 사진은 이날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수원본사 모습. / 사진=뉴시스
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마지막 관문인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11일 노사 상견례 이후 167일 만이다. 이에 따라 섬성전자는 노조의 총파업 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분쟁 불씨는 여전하다. 반도체(DS)부문에 치우친 성과급에 불만을 품운 완제품(DX)부문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데다 주주들도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27일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투표는 지난 22일 오후 10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투표에는 총 6만2616명이 참여했으며 찬성 4만6142표, 반대 1만6474표를 기록했다. 전체 투표율은 95.5%, 찬성률은 73.7%이다.
메모리 6억 vs DX 600만원…성과급 격차 확대
이번 잠정합의안 타결로 부문·사업부에 따라 최대 6억원의 성과급이 현실화하게 됐다. 노사 잠정합의안은 평균 임금 6.2% 인상과 사업성과 기반 10.5%의 DS 부문 대상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주택자금 대출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DS 특별경영성과급의 재원 배분율은 부문 40%, 사업부 60%로 나누고, 공통 조직의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정해졌다. 적자 사업부에 대해서는 공통 지급률의 60%를 적용하기로 했다. 단 적자사업부 기준은 2027년분부터 적용된다.

DS 특별경영성과급은 향후 10년 간 적용하되, 2026년~2028년까지 해마다 DS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 2029년~2035년까지 해마다 DS부문 영업이익 100조원을 달성할 때 지급한다.


올해 증권업계가 추정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을 기준으로 '사업 성과'를 영업이익에 대입하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약 31조5000억원 규모다. 이 중 40%인 약 12조6000억원이 DS부문 전체 구성원 약 7만8000명에게 공통 배분돼 사업부서와 상관없이 1인당 약 1억6000만원 수준을 받게된다.

여기에 사업부별 배분 재원 60%는 18조9000억원이다. 메모리사업부는 약 2만8000명 규모로 추산되는데 공통 지급분 외에 사업부 배분 몫까지 더하면 1인당 약 3억8000만원 가량을 추가받는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까지 합산할 경우 연봉 1억원을 받는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약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챙길 수 있다.

연봉 1억원을 받는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최대 약 6억원을, 적자를 내는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1억6000만원을 받게 된다.

반면 스마트폰과 가전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DX부문 직원들은 기존 OPI를 제외하면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받게된다. DS와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진만큼 당분간 DX 직원들을 중심으로한 내부 갈등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 비반도체, DX 부문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 노조원들이 5월26일 오전 수원지방법원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뉴스1
노조별 찬성률에서 확인된 노노 갈등
이번 잠정합의안 투표율에서도 노노갈등이 확인된다. 초기업노조는 투표에 참여한 5만5333명 가운데 80.6%인 4만4606명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반면 비반도체 사업부 중심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전삼노는 투표에 참여한 7283명 중 21.1%에 불과한 1536명 만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DS부문에 유리한 합의안에 불만이 컸지만 조합원 구성의 80%가 DS 부문에 편중된 초기업노조의 세력에 밀리며 잠정합의안이 통과됐다는 분석이다.

DX부문 노조원들은 이미 행동에 나서고 있다. DX부문 중심 조합원으로 구성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잠정 합의안 찬반투표 절차 중지 및 투표 배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투표는 이미 종료됐지만 동행노조는 잠정합의안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동행노조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전 찬반투표 절차가 종료되면 잠정 합의안 효력정지 가처분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20일엔 DX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가 고용노동부에 초기업노조의 절차 위반 행위 시정명령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서에는 DX 직원 1000명 가량이 지지 서명에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최근 "DS와 DX 부문 교섭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해 내분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DS와 DX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만큼 이를 봉합하기까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가 지난 5월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결집 집회에서 '영업이익 12% 성과급' 잠정합의안은 상법상 강행규정 위반이며, 주주총회 결의 없는 자본분배 합의는 법률상 무효임을 밝히고 있다. / 사진=뉴스1
주주 집단행동 예고…노사 상대 소송 가능성↑
주주들의 반발도 과제다. 삼성전자 주주단체는 그동안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노사간의 협상은 현행 대한민국 상법 및 노동조합법이 정하는 최종적인 노사 합의로 성립할 수 없고 법률상 효력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들 단체는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최종 타결할 경우 경영진과 노조를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수차례 경고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예고된 위법 결의·위법 파업·위법 협약에 대해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주주대표소송 등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법적 절차를 개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운동본부는 동행노조의 가처분 소송 결과를 지켜본 뒤 삼성전자 노사 간 체결된 단체협약 중 성과배분 부분을 대상으로 무효확인의 소를 진행할 방침이다. 아울러 주주세력을 규합해 잠정합의안에 찬성한 이사 전원을 대상으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 대표소송에 나설 예정이다.